영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왕실의 예법과 관련해 온라인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교외에 있는 윈저 성을 찾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만났습니다.
논란이 된 순간은 왕실 의장대를 함께 사열할 때 불거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왕보다 조금 앞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에서 여왕을 앞서 걷는 것은 왕실 예법에 어긋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도 공식행사에서 여왕의 두 걸음 뒤를 따릅니다.
여왕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나가자 사열 진행방식을 알려주려는 듯 따로 손짓했습니다.
그 직후 둘의 경로가 겹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왕 앞을 가로막아 여왕이 피해 돌아가는 어색한 장면도 빚어졌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민망하다는 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침묵하는 소수'라는 미국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내가 왕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여왕의 길을 가로막는 건 빈축을 살 게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 누리꾼 '티'는 "같이 걷는 사람이 꼭 여왕이 아니더라도 연세 많은 할머니보다 앞서 걸으면 쓰겠냐"며 "트럼프가 막돼먹은 집안에서 자란 사람처럼 행동했다"고 거들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올해 92세로 트럼프 대통령보다 20세가 많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는 영국 왕실에서 관행적으로 하는 머리를 숙이는 절이나 커트시(무릎을 약간 굽히는 절)를 하지 않았습니다.
둘은 엘리자베스 이날 여왕을 만났을 때 악수를 인사 방식으로 선택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멜라니아가 영국 방문 전에 왕실 예법 브리핑을 받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슷한 안내를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걸음에 대해 일절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영국을 방문한 각국 지도자들이 예법을 어겼다가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2009년 버킹엄 궁을 찾아 여왕을 한쪽 팔로 껴안아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여왕은 전혀 언짢아하지 않은 채 자신도 한쪽 팔로 미셸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 어색한 분위기를 깼습니다.
당시 주변에 있던 왕실 관계자들은 재위 57년을 맞은 여왕이 외부인과 아무렇지도 않게 접촉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버킹엄 궁은 "두 분이 상호 간 친밀함과 존중을 표시한 것"이라며 논란을 수습했습니다.
여왕은 악수 외에 다른 물리적 접촉이 금지되는 '불가촉 지존'이란 게 영국 왕실의 예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환영사를 하다가 윙크를 보냈다가 구설에 올랐습니다.
영연방 국가로 남아있는 나라의 정상이 예법을 어겼을 때는 논란이 한층 더 컸습니다.
데이비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은 작년에 캐나다 건
존스턴 총독은 "예법을 알았지만, 카펫이 미끄러웠고 여왕이 발을 헛디딜까 걱정됐다"고 사과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1992년 호주 의회를 방문했을 때 폴 키팅 호주 총리는 여왕을 안내하면서 허리를 감싸 안았다가 십자포화를 맞았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