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미국 '금융수도' 뉴욕에서 2억8000만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주선하는데 성공했다. 한국계은행 본점이 아닌 뉴욕지점이 미국에서 진행한 신디케이트론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미 월가에 진출한 한국계은행이 글로벌 투자은행(IB) 역량을 발휘한 사례로 주목을 끈다.
4일(현지시간) 미국 IB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리츠칼튼 뉴욕' 호텔의 1대 주주(51% 지분)인 미국계 부동산기업 A사를 상대로 5년 만기의 부동산 담보 선순위 대출을 주선했으며 지난 3일(현지시간) 대출 계약을 완료했다. 2억8000만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에는 주관사인 하나은행을 비롯해 미래에셋, 삼성증권, 교보생명, 하나생명 등 국내 은행·보험·증권사가 대거 참여했으며 일본계은행 1곳도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출의 담보 물건인 리츠칼튼 뉴욕 호텔은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센트럴파크 남단에 밀접해 있어 탁월한 '공원 조망권'으로 각광받는 럭셔리 호텔이며 지난 2016년 한국투자공사(KIC)가 49% 지분 투자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계 금융기관들이 연합해 미국 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대출 계약을 이끌어낸게 의미가 있다"며 "한국계 자본을 미 월가에서 의미있는 자금세력으로 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 때 월가를 집중 공략했던 중국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주춤한데다 일본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이 월가 영향력 확대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은행 뉴욕지점은 지난해 초 1억달러 규모 신디케이트론을 주선하면서 글로벌 IB 역량 강화의 시동을 걸었다. 현재 대출 규모(잔액 기준)는 12억달러로 이 중 절반 가량이 미국 현지기업들을 상대로 거둔 실적이다.
리츠칼튼 뉴욕 호텔의 감정가는 5억달러 수준으로 우량자산으로 꼽히는데다 대출 회수에 안정적인 선순위라 한국계 금융사들의 여신 리스크를 거의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현지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한국계 금융기관이 월가에서 보폭을 넓히는 사례는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7월 미국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를 개시한데 이어 신한은행과 1억달러 규모의 채권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위한 일중 당좌대월 계약을 체결했다. 미
■ 용어
▷ 신디케이트론 : 다수의 금융기관이 동일한 조건으로 중장기자금을 기업에 융자해주는 대출방식을 뜻한다. 차입자는 여러 은행들과 대출 절차를 일일이 협의하는 번거로움을 덜면서 대규모 자금을 일시에 조달할 수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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