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이 이혼한 뒤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사우디 문화정보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혼한 여성이 소송을 하지 않아도 남편과 합의해 양육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성은 양육권을 놓고 남편과 별도의 분쟁이 없다는 전제 하에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만으로 양육권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사우디에서는 그간 부부가 이혼하면 양육권은 남편에 우선적으로 귀속됐다. 여성이 전남편으로부터 양육권을 가져오려면 길게는 수년에 이르는 소송을 거쳐 남편이 자녀를 양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법원에서 인정받아야 했다.
성명에 따르면 양육권을 가진 여성은 전 남편의 동의 없이도 관공서나 대사관, 교육 기관에서 자녀의 법적 행위를 대리할 수 있게 된다. 자녀의 입학 지원서를 제출하거나, 여권을 대신 수령하는 등의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자녀와 함께 출국할 때는 관할 법원 판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성 변호사가 공증인 자격을 갖출 수 있게끔 하는 조치도 함께 시행됐다. 이에 따라 여성 변호사도 구비 서류를 갖춰 공증인 자격을 신청하면 남성 변호사와 동일한 법적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사우디 현지 매체는 이번 조치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의 국정운영책 '비전2030'의 일환이라며 사우디에서 최근 여성인권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사우디에서는 여성 운전과 축구경기장 입장이 가능
인권변호사 마나 자이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주변 나라들의 가족법과 결혼제도는 많은 인권문제를 안고 있다"며 "불평등한 양육권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는데, (이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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