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북정상 회담 성사 여부와 북미 관계 전개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오전 바티칸에서 이백만 주교황청 신임 대사의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관계의 진전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백만 대사는 이 자리에서 먼저 평창동계올림픽이 교황의 관심 덕분에 잘 개막해 평화올림픽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감사를 표명하고, 내달 예정된 평창 패럴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기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교황은 이에 대해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같은 민족이 하나의 깃발 아래 이번 올림픽에 참가해 보기가 좋았다"며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북미 관계 개선에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교황은 앞서서도 이번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왔습니다.
교황은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인 지난 7일 진행된 일반 알현에서 "남한과 북한 선수들이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함께 함으로써 한반도 화해와 평화에 대한 희망을 제시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교황은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와 올림픽 개막식에 사상 최초로 정식 초청을 받아 멜초르 산체스 데 토카 교황청 문화평의회 차관보가 이끄는 대표단을 평창에 공식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데 토카 차관보는 평창올림픽 개막식 다음 날인 지난 10일 오는 6월 바티칸에서 남북한 태권도의 합동시범을 제안해 주목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데 토카 차관보의 제안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미국이 1970년대 초반 탁구를 통해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것을 예로 들며 "스포츠는 관계 개선에 아름다운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황은 또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을 잘 알고 있고, 그가 (대내외적으로)어려움에 처한 것도 인지하고 있다"며 "그를 항상 응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백만 대사는 이날 신임장 제정식에서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가 꼬인 매듭을 푸는 장면을 그린 심순화 화백의 성화 '매듭을 푸는 성모'를 교황에게 선물로 전달하며 "성모님이 매듭을 풀듯, 한반도에 얽혀있는 매듭이 순조롭게 풀릴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교황은 이에 "내 가슴과 머리에 항상 한반도가 있다"며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민이 보여준 사랑이 고마웠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교황은 아울러 이날이 한국의 새해가 시작하는 설 명절이라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이백만 대사에게 친필로 한국 국민을 위한 즉석 설 메시지도 기꺼이 적어줬습니다.
이 쪽지에는 "친애하는 한국 국민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당신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세요. 축복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