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들에 대한 학대 문제가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입니다.
한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살해되고 시신이 1년 넘게 아파트 냉동고에 보관된 엽기적인 사건까지 드러나면서 필리핀에서 반쿠웨이트 정서가 일고 있습니다.
11일 일간 필리핀스타와 마닐라불러틴 등에 따르면 최근 쿠웨이트에 있는 한 아파트의 냉동고에서 필리핀 여성 조안나 다니엘라 디마필리스(29)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디마필리스의 몸에는 구타와 목 졸린 흔적이 있었으며 1년 이상 냉동고에 시신이 보관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그녀를 고용한 부부가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알려졌습니다.
디마필리스가 2016년 필리핀에 있는 가족에게 2018년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것이 마지막 전화통화였습니다.
이 사건을 보고받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9일 "필리핀인은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며 "필리핀 근로자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가 언제 끝날 것인가"라고 한탄했습니다.
조엘 빌라누에바 필리핀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필리핀인 살해사건을 강력히 비난하며 해외 파견 근로자 보호를 위한 비상대책 수립을 주문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쿠웨이트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가 가운데 원하는 사람은 72시간 이내에 고국으로 돌아오라며 전세기를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쿠웨이트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는 25만 명가량으로 주로 가사도우미입니다. 1차로 약 800명의 근로자가 귀국할 계획입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쿠웨이트에서 사망한 필리핀인이 2016년 82명에서 2017년 120명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중 일부는 자살하거나 살해됐으며 그 이전에 성폭행이나 각종 신체 학대를 당했을 것으로 필리핀 정부는 추정합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몇 개월 사이에 쿠웨이트에서 4명의 필리핀 여성을 잃었다"며 이들 여성이 고용주의 성적 학대에 시달리다가 자살했을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쿠웨이트에 대한 근로자 신규파견을 중단한 데
필리핀 정부는 12일 신규파견 중단을 파견 금지로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쿠웨이트 정부의 대책 마련을 다시 한 번 촉구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쿠웨이트 정부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며 필리핀 가사도우미 학대 사건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