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겨냥한 무역분쟁 소송 봇물

미국을 겨냥한 세계 각국의 무역분쟁 소송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WTO 분쟁해결절차(DSU)에 접수된 통상분쟁 제소 건수 6건 중 미국의 피소 건수가 4건에 달했다. 미국을 상대로 진행된 제소건수가 이전 9개월 동안 1건이었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캐나다는 자국산 침엽수 목재 등을 겨냥해 미국이 제기한 반덤핑·상계관세 결정 및 부과 과정이 WTO 협정에 위반된다며 3차례 연속으로 미국을 제소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5월 캐나다산 침엽수 목재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미국에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며 최대 24%의 상계관세를 매겼다. 베트남도 미국이 냉동생선에 고율의 반덤핑 관계를 매기자 이에 반발해 지난달 8일 DSU에 소장을 넣었다.
이 밖에 한국, 인도네시아 등도 WTO 제소 의지를 밝히면서 향후 미국의 피소건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이 한국산 태양광 전지·모듈, 세탁기 등에 내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반발해 7일 미국을 WTO에 제소할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은 인도네시아가 주요 수출품인 바이오디젤에 미국이 40%의 상계관세를 매기면서 미국 국제무역법원(CIT)과 WTO에 이의를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보호무역 강화에 피해를 본 국가들이 WTO 분쟁해결 절차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WTO 이외에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상분쟁이 벌어질 경우 분쟁 당사국들은 양자간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의 분쟁해결제도나 CIT 등 당사국 국내 절차를 이용해 분쟁 해결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FTA 상의 제도가 미비하거나 국내 절차로 공정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WTO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WTO 제소에서 대부분 패소한 것도 피해 국가들의 제소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박대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