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35년만에 영화상영…첫 작품은 미국애니 `이모티:더무비`

보수적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5년 만에 상업 영화가 상영됐다.
18일 영국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15일 남서부 홍해변 도시 제다에서 프로젝터를 통해 상업 영화를 상영했다. 이는 사우디가 1983년 상업 영화 상영을 금지한 이후 처음이다. 사우디에서 첫 상영작은 미국 소니픽처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이모티: 더무비'였다. 또 다른 미국 애니메이션 '캡틴 언더팬츠'는 두 번째로 상영됐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해 11월 영화 상영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영화 상영을 담당한 맘두 살림은 "우리는 이 영화들을 첫 극장 상영작의 출발점으로 삼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에는 지금까지 영화 기반 시설이 없었는데 우리는 영화 상영 허용 이후 영화관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공연장을 최대한 활용하려 애를 썼다"고 했다. 사우디 당국은 2030년까지 2000 개 스크린을 갖춘 최소 300개의 영화관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업 영화 상영은 사우디 실세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국가 개혁 정책의 일환이다. 그는 최근 '온건한 이슬람국가'로 전환을 선언하고 그간 종교적 이유로 금지했던 정책들을 과감히 도입하고 있다. 사우디의 변화는 영화뿐 아니라 스포츠, 운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그리스 음악가 야니의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좌석 성별 구분을 없앴고, 최근에는 프로축구 경기장에 여성 관객을 입장시켰다. 사우디는올해 6월부터는 여성의 자동차, 오토바이 운전도 허용할 예정이다.
[박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