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수입산 소고기에 콧대 높던 일본 축산업계가 자존심을 접었다.
5년에 한번씩 일본 최고 품질의 와규(和牛·일본산 소)를 뽑는 대회인 '일본와규능력공진회'에서 가고시마현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3연패를 노렸던 미야자키현은 2위로 밀려났다. 육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미야자키현이 종합 순위에서 2위로 밀려난 것은 올해부터 평가 방식이 바뀐 영향이 크다.
지금까지 대회 우승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흔히 '마블링'이라 불리는 근육내 지방(결지방)이다. 올해부터는 두당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의 '생산성'에 대한 배점을 높이는 식으로 평가 기준이 바뀌었다.
주최측은 "마블링으로는 더 이상 차이가 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판단에 따라 기준을 바꿨다"며 "생산성 등을 중시했다"고 밝혔다. 품질 비교가 무의미한 수준까지 올랐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핑계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언론에서는 이 같은 평가 기준 변화의 배경에 미국산과 호주산 수입육의 일본 시장 장악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올 2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수입량이 늘면서 일본 정부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까지 발동했다. 일본 정부는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17% 이상 늘면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관세율을 50%까지 높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육이 넘쳐나면서 와규 역시 예전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5년만 하더라도 와규의 가격은 ㎏당 2700엔 (약 2만7000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엔 ㎏당 2200~2400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가격은 낮아진 반면 송아지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10% 이상 높아졌다. 원가는 늘어났는데 최종 판매가는 줄어드는 상황이다보니 품질에 집착해오던 사육농가들도 '양'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본 축산업계가 생산성을 강조하는 것은 향후 활로를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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