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오클랜드에 사는 박대웅(가명)씨가 걱정됩니다. 다카 혜택을 받고 노동허가증을 받아 일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불안에 떨고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연락이 안됩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의 최원석 민원담당 영사는 5일(현지시간)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 , 이른바 드리머(Dreamer)' 프로그램 폐지를 명령했다는 소식을 듣자자자 다카 혜택을 받고 있던 박대웅 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하루종일 박씨와 연락을 하지 못해 마음이 불편했다. 박씨는 올 연초 트럼프가 이민법을 고치려 할때도 “다음은 다카 폐지 수순으로 갈 것이다”고 예측하면서 대비를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최 영사는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지역은 피난처 도시이기 때문에 서류미비자(불법체류자)가 적지 않은 편이다”라며 “이번 조치가 한인 사회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다카 폐지 명령으로 인해 하루종일 미국 사회가 들썩거렸다. 상당수 미국인이 이민자 출신이거나 주변에 직간접적으로 이민자 출신을 이웃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 다카 폐지, 미국 사회 격렬한 반응
트럼프 대통령 명령에 따라 미 국토안보부(DHS)는 5일을 기점으로 다카 프로그램의 새로운 지원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즉각 효력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 마자 전격 시행했던 반이민 행정명령은 이민자 '본인'이 대상었다고 한다면 '다카' 폐지 명령은 부모를 따라 미국에 입국해 학교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자식, 특히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뉴욕, 캘리포니아, 네바다, 콜로라도, 텍사스, 오하이오주 등 미국 전 지역에 걸쳐 거센 반발과 시위가 일어났다. 특히 뉴욕에서는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 앞에도 시위대가 몰려 연좌 농성을 벌이다가 30여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다카(DACA)란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의 약자로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들어와 불법 체류하는 청년들을 강제 추방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
지난 2012년 미 의회에서 가족과 집, 직장을 가진 수백만 불법 체류자(서류 미비자)의 지위에 관한 법률안 통과가 무산되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공표했다. 당시 오마자 전 대통령은 불법체류자의 자녀라도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 수 있다며 이 제도에 '드리머'란 별칭을 붙였다.
이 명령의 핵심은 '불체자' 신분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추방과 감시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는데 의의가 있었다. 드리머들은 갱신이 가능한 2년짜리 노동허가증을 발급받고 일을 하면서 비자 취득의 길을 열고 운전면허증도 받을 수 있어 최소한의 생활을 가능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고 있는 드리머는 최대 80만명에 달하며 멕시코 등 다른 라틴아메리카국가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계도 상당수 포함되며 한국인은 약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모들의 행동 때문에 대부분 지금은 성인이 된 아이들을 처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지만 우리는 또한 우리가 법의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가 기회의 나라라는 점도 인정해야한다"고 말하며 다카 폐지를 합리화했다.
◆ 미 경제계 일제히 반발
트럼프 대통령의 다카 폐지 명령에 어느 미국 시민단체보다 실리콘밸리 기업 등 미 경제계가 재빠르게 움직였다.
실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트럼프의 명령 직후 "다카 폐기 결정은 단지 잘못된 결정만이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하고, 그들이 어두운 그림자 생활에서 벗어나도록 독려하며, 정부를 신뢰하도록 하려는 노력을 잔인하게 짓밟고 끝내는 그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드리머는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의 친구이며 우리의 동료이며 미국은 그들의 고국이다. 의회는 다카 보호를 위해 지금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미 경제계가 특히 반대하는 이유는 미국 혁신의 원동력인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다고 우려하는 것 외에 다카 폐지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80만명에 달하는 노동력이 일거에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UC샌디에고 톰 왕 교수에 따르면 다카 등록자의 91 %가 현재 고용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숫자는 25세 이상인 사람들로 좁히면 93 %로 증가한다.
이민법 변호사 이안 맥도날드는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다카 자격 및 취업 허가를 잃으면 동정심 많은 사업주조차도 해고 할 수밖에 없다. 드리머들은 다카가 만료된다는 사실을 숨기려 할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그림자 속에 몰아 넣고 불법적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드리머들이 학교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다카 폐지로 인해 연방 재정을 지원받을 자격이 사라지게 된다.
미 경제계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일부 지지들이 다카 폐지로 인해 더 많은 '순수' 미국인이 고용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사실은 그 반대”라고 주장했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GM, 유나이티드 항공을 포함한 500개 이상의 회사 대표들은 “드리머는 우리 회사와 우리 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이다"며 다카 폐지 반대 서신을 트럼프에 보내기도 했다. 이들이 결성한 단체(FWD.us)는 노동 허가가 철회 될 경우 미국이 4600억 달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미국 사회 분열 예고
결국 80만명에 달하는 드리머들의 운명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에서 6개월내 결정될 전망이다. 미 의회는 DACA 제도 대상자들이 본격적으로 혜택을 상실하기 시작할 내년 3월5일 이전까지 프로그램을 유지할 새 대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
다카 폐지 반대 진영은 로비스트를 동원, 대체 입법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RAC(Recognizing America's Children)법안 등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 법은 16세 이전에 미국에 들어와 5년 이상 거주하면서 다카가 요구하는 교육와 범죄제한 요건을 충족하면 조건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신분이나 고용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자격이
그러나 각 주 대도시 지사와 시장들은 트럼프의 결정을 중단 또는 철회시키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반면 공화당 소속 일부 이민정책 강경론자 의원들의 폐지 압박도 거센 상황이라 앞으로 6개월간 국론 분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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