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국 상공을 통과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이 시험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일본 홋카이도 상공에서 최고고도 550㎞로 비행, 홋카이도 동쪽 1천180km 태평양 공해 상에 3조각으로 분해되며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설명은 미사일이 일본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일본 영토에 낙하하지 않을 터여서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요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 안팎의 전문가들은 일본이 요격할 능력이 없었으며, 요격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최고 고도 500㎞의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게 돼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탑재 요격미사일(SM-3)은 애초부터 사거리가 짧아 화성 12호를 잡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 육상 배치 패트리엇(PAC-3) 미사일은 적의 미사일이 떨어지는 최종단계에 고도 10~20㎞까지 다가왔을 때 격추를 시도하는 방식이어서 역시 대응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우주항공 및 국방 전문가인 랜스 개틀링은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할 때 매우 고도가 높고 극도로 빨랐으며, 요격을 위한 준비시간 등이 필요해 설령 요격 명령이 내려졌어도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스티븐 내기 교수도 북한 미사일 속도와 고도, 일본 상공을 지나간 시간이 2분 미만으로 짧아 현실적으로 격추 시도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일본 도쿄 소재 항공·방위산업 컨설팅업체 넥시아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개틀링은 일본이 요격 시도를 하지 못한 중요 원인 중 하나로 실패했을 경우 뒷감당이 어렵다는 점도 꼽았다.
거액을 들여 구축한 방어시스템이 첫 실전에서 수준 미달로 판명되면 일본 국내의 비판도 거세지고 오히려 북한을 고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개틀링 소장은 이와 함께 다른 위험 요인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DW에 밝혔습니다. 만약 요격에 성공했어도 파편들이 대기에 흩어지면서 예컨대 다른 나라 로켓이나 우주정거장 재보급 등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또 일본이 (북한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로켓 등 장비가 자국 영공이 아닌 우주에 있을 때 방해할 권리가 있는지는 불분명한 반면 (북한이) "다른 나라 상공을 가로질러 발사하는 것은 가장 무례한 행위지만 분명히 불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북한 미사일 발사 금지 결의 위반 행위와 별개로 통상적으로 고도 100km까지로 잡는 영공이 아닌 공간을 지난 것은 국제법상 영공 침범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중국 전문가와 매체들도 일본이 국제법상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요격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해군 소장 출신의 군사평론가 인줘(尹卓)는 이날 중국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할 때의 고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일본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운에 뗀 뒤 "궤도를 보면 미사일이 국제 공역(空域)을 통과해 국제법상 일본이 이를 요격할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협객도(俠客島)도 논평을 통해 탄도미사일의 발사 고도는 일반적으로 수백∼1천㎞ 이상이기 때문에 일본의 영공을 침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협객도는 "국제법상 고도 100㎞ 이상의 상공은 해당 국가의 영공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550㎞이고, 발사 거리는 2천700㎞였기 때문에 일본의 영공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매우 작
협객도는 이어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것은 성공 여부를 떠나서 준(準)전시 상황으로까지 정세를 악화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일본에 전혀 좋은 점이 없기 때문에 똑똑한 일본은 미사일 요격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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