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과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북한과 이를 방조하는 중국에 대해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에 대해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본격적인 압박 '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문제의 근원이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미·중의 '강대강'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중대한 조치를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31일(현지시간)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 취임에 맞춰 내각을 모두 소집한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를 암시한다. 북한이 지난 달에만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감행했는데도 이같은 자신감을 보임으로써 조만간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지렛대) 사용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 중국 기관·개인에 대한 제재뿐 아니라, 대중 무역·경제제재 조치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중국에 대한 강력한 금융·무역 제재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최근까지 중국에 강력히 요구한 소규모 중국 은행·기업 10여 곳에 대한 제재대상 지정뿐 아니라, 북한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무역문제에서도 제재를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미국 상무부가 검토하고 있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수입 제한이 제재 방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오면서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와 쿼터 부과 방안을 고려해왔다. 지난달 29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어리석은 과거 지도자들이 중국이 무역에서 매년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이도록 허락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 등 제3국 기관·개인을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를 본격 시행할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북한 대외교역에서 대중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컨더리 제재는 중국에 대한 최대의 압박 카드이기 때문이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안보 싱크탱크와 언론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이란식 세컨더리 제재 도입을 촉구하는 등 미국 내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군사 행동 가능성을 거론하는 방식으로도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어떤 결정도 미리 홍보하지 않을 것이지만, 모든 옵션(선택)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군사 행동이 옵션 중 하나로 유효함을 암시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는 대통령에게 군사옵션을 제공할 필요가 있고, 항상 군사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본과 공동으로 이달 중순 도쿄 요코타 기지에서 지상 배치형 요격 미사일 전개 훈련을 실시하고 미국 공군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해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ICBM인 미니트맨Ⅲ를 시험 발사하는 등 실력 행사도 할 계획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중국 압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달 30일 "분명한 결과를 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거부했다. 이는 한 제재에 소극적이고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현저하게 강화하지 않는 추가적인 안보리 결의는 가치가 없다"면서 "중국은 어떠한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결정할 때가 왔다"고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정부와 관영매체는 일제히 '중국 책임론'을 부정하며 미국의 움직임을 비난하고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은 1일 시평을 통해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은 본말을 전도해 책임을 전가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미국의 중국기업 제재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첸커밍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지난달 31일 "북핵 문제와 미중간 통상 문제는 아무 관계없는 사안"이라며 중국의 대북압박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통상보복을 경계했다.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 대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위한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북한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사흘 연속 '군사굴기'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규모 열병식에 이어 31일 건군90주년 연회를 개최한 중국 정부는 1일에도 베이징에서 당·정·군의 고위급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열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인민해방군은 항미원조전쟁(6.25전쟁)과 여러차례 변경의 자위 작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말했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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