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화를 겪던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전격 경질하고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을 백악관 새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켈리 장관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막 임명했다는 사실을 기쁘게 알린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6개월여 만에 이뤄진 첫 세대교체다. 충성심 높은 강경파 측근들을 전면에 내세워 러시아 스캔들과 핵심 공약이 잇따라 좌초한 데 따른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권에서 소수 온건파 중 한명이었던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켈리 새 실장으로 교체되면서 백악관은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을 경질하고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을 영입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은 스카라무치 공보국장 영입을 강력히 반대했던 인물이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은 공화당 전국위원회 출신으로 백악관과 여당의 가교 역할을 자임했다. 하지만 트럼프케어 입법 실패, 러시아 스캔들 확산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여당의 불협화음이 지속되면서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의 입지가 급속히 위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한 각종 핵심 사안과 관련해 제대로 대응하지도, 변호하지도 못했다며 수차례 불만을 표출해 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회의를 하던 중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와 신경을 거슬리자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을 불러 파리를 잡으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특히 스카라무치 새 공보국장이 들어서면서 온건파를 향한 강경파의 권력투쟁이 표면화됐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취임 직후부터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기밀 유출자로 지목하고 공개적으로 비방했다. 비서실장 교체를 위한 일종의 사전 정지작업이었던 셈이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고 코드를 맞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임 켈리 비서실장은 남부사령관을 지낸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이다. 따라서 이번 비서실장 인선 역시 군 출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애착이 드러난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에 이어 군 출신으로는 세번째로 트럼프 내각에 합류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반이민정책과 멕시코장벽건설, 불법이민자 추방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점수를 땄다. 이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반대하고 멕시코 국경지대 통제를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때문에 켈리 비서실장 지명을 발표하며 "그는 위대한 미국인이자 지도자다, 그는 나의 내각에서 진정한 스타였다"고 칭찬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특히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인수위 시절에 러시아와 비밀 대화채널 구축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폭스뉴스에 출연해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방식은 어떤 것이라도 좋다. 우호적이지 않은 조직일 때는 더 그렇다"면서 쿠슈너를 감싸기도 했다.
1950년 생인 켈리 비서실장은 21살에 해병대에 입대해 지난 해 남부사령관을 끝으로 45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해병대 1사단 소속으로 현지에서 준장으로 진급할 만큼 리더십과 능력을 발휘했다. 이후 해병대 사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들을 잃은 군 최고위 장성이기도 하다. 그의 아들인 로버트 켈리 중위는 29세였던 지난 2010년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소대원들을 이끌고 순찰을 하던 중 폭탄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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