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진핑'후보군으로 꼽혀온 쑨정차이(54) 충칭시 서기의 돌연한 낙마로 중국 권력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43세에 장관급으로 발탁된 뒤 지린성 성장과 충칭시 서기 등으로 승승장구한 그는 올 가을 당대회에서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상태였다. 유력 주자의 낙마에 대해 당국은 24일 '엄중한 규율위반 혐의 조사'라며 한줄짜리 발표를 내는데 그쳤다.
25일에도 주요 관영매체들은 "쑨정차이 조사는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충칭시 발표만 인용할 뿐 구체적 혐의 내용은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정치국원은 장관보다 높은 직위로, 현직 정치국원을 조사하려면 납득할 설명이 있는게 정상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천량위 전 상하이 서기, 보시라이 전 충칭 서기 등 쑨정차이와 같은 정치국원급에 대한 조사가 있었지만, 당시엔 구체적 비위사건이 먼저 터진 뒤였다. 이번 쑨정차이 조사는 발표 직전까지도 이렇다 할 정황이 없었다.
정치분석가들은 쑨정차이 측근인 충칭시 공안국장의 낙마가 발단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앞서 허팅 공안국장은 지난 4월 비리혐의로 기율위 조사를 받기 시작해 지난달 면직 처분을 받았다. 그뒤부터 쑨정차이에 대한 물밑 조사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쑨 전 서기가 아내의 비리때문에 낙마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의 아내 후잉은 민생은행이 관리하는 'VIP 사모님 클럽'의 멤버였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친목을 도모하고 기업들의 민원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혐의로 낙마한 '후진타오의 오른팔'링지화 전 통전부장의 아내 구리핑도 모임의 핵심 멤버였다. 후잉은 뿐만 아니라 민생은행으로부터 문화교류센터 총경리와 같은 직함도 받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발표 형식도 5년전 보시라이 조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보시라이 동지의 정치국원 직무를 정지한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내용이 빠진 것. 이와 관련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이미 비공식적으로 당내에서 실권을 박탈당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정식 재판에 회부되는 시점에서 모든 직함을 박탈할
당 기율위 순시조가 올초 충칭시를 감찰했다는 점에서 쑨정차이 제거를 위한 '기획사정'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2월 충칭시를 조사한 순시조는 시 산하 국유기업의 부패와 공무원들의 윤리규정 위반을 문제삼아 '불합격'판정을 내렸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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