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영어 실력이 엉뚱하게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지난 7일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만찬 당시 옆자리에 앉았던 아키에 여사를 가리켜 "멋진 여자인데 영어는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외국 영부인의 영어 실력을 공개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무례와는 별도로 이번 인터뷰는 아키에 여사가 정말로 영어를 못하는지 궁금증도 낳았습니다.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론자들을 중심으로 아키에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하기 싫어서 영어 사용을 삼간 것이라는 '음모론'이 나옵니다.
가디언은 '일본의 영부인이 트럼프를 모욕하려고 영어를 못하는 척했나'라는 제목의 가상 문답식 기사를 통해 아키에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그를 모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근거는 아키에 여사가 실제로는 영어를 꽤 잘한다는 정황들입니다.
아키에 여사의 2014년 9월 포드 재단 영어 연설 동영상은 물론 그가 도쿄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국제학교에 다녔다는 점, 국제 광고회사 덴쓰에서 근무했다는 점 등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이 경우 아키에 여사가 영어는 잘하지만 조용한 성격이어서 만찬에서 말을 별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다만 가디언은 아키에 여사가 라디오 DJ로 활동한 적이 있고 소셜미디어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외향적인 성격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반면 BBC는 아키에 여사가 영어를 잘한다, 못한다의 흑백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을 토대로 이번 해프닝을 둘러싼 3대 논쟁을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 논쟁은 일본의 영부인이 왜 영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하느냐는 물음에서 출발합니다.
아키에 여사가 일부러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cevicherohack'이라는 한 트위터 사용자는 "영어권 사람들이 '모두가 영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짜증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로 제기되는 논란은 영어가 아키에 여사의 모국어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주도했어야 한다는 비판론입니다.
'@hidezumi'라는 네티즌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이끌지 않은 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뉴욕타임스 기자인 타부치 히로코는 "이번 논란은 아키에 여사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스킬의 문제"라고 규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어 모국어 사용자가 아닌 이상 편안하게 즉흥적인 만찬 대화를 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입니다.
아키에 여사가 과거 외교 행사나 외신 인터뷰에서 항상 통역을 거쳤다는 사실도 그 근거로 받아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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