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원 규모의 미국 대형 사모펀드가 저유가 여파를 견디다 못해 초대형 손실을 입고 쪽박을 차게 됐다.
미국의 사모펀드 운용사 에너베스트(EnerVest)가 2013년 20억달러(약 2조2590억 원) 규모로 조성한 에너지펀드의 자산가치가 사실상 제로(0) 수준이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에너베스트는 지난 2013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 수준에 머물 때 미국 텍사스와 유타 지역 유전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 투자는 상투를 잡은 꼴이 됐다. 유가가 속절없이 급락하면서 에너베스트 펀드의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지난해 2월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웰스파고를 비롯한 에너베스트 채권자들은 부채 청산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사모펀드가 자산가치를 모두 날려버리는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1992년 설립된 에너베스트는 미국 유전과 천연가스전에 주로 투자해 온 사모펀드로 한때는 수익률이 30%에 달할 만큼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투자 피해는 에너베스트에 투자금을 맡긴 재단과 연기금, 자선단체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연기금 퀘벡 투자신탁기금과 오렌지
에너베스트 공동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존 워커는 "자랑스럽지 못한 결과"라고 시인하며 8500만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손실을 메우기에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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