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에서 발의됐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의회에서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이날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를 이유로 대통령 탄핵안을 하원에 공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셔먼 의원은 탄핵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위협하고 끝내는 해임함으로써 헌법상 탄핵 사유인 사법방해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셔먼 의원은 1997년 이래 지금까지 내리 11선을 한 민주당 하원 중진 인사다. 셔먼 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이메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막기 위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했다는 생각이 신뢰할 만한 것임을 입증했다"며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와의 결탁이 정신나간 좌파들이 꾸며낸 허황된 얘기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핵안이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론이 아닐 뿐더러, 당내에서 공개 지지를 표명한 인사도 엘 그린 의원(텍사스) 뿐이다. 낸시 팰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탄핵 논의는 의회 조사와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나 생각해볼 문제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탄핵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더라도 의회 통과가 어렵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하원 전체 435석 중 241석, 상원 100석 중 52석을 점유하고 있다.
다만 탄핵안 발의가 정국 변화를 이끌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내통 의혹을 타개하기 위해 러시아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가 더 큰 의혹에 직면하는 등 러시아 스캔들이 확산되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은 트럼프 주니어의 이메일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로 한 상태다.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한 크리스토퍼 레이 FBI국장 지명자도 특검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레이 지명자는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마녀사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FBI가 특검 수사를 방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부당한 지시를 내린다면 최대한 설득하되 설득이 안 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소신 발언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조여오는 러시아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는 등 '마이 웨이'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독교방송네트워크(CBN)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매우 매우 사이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엄청나게 강력한 핵보유국이며 러시아도 그렇다. 모종의 관계를 갖지 않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시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인사들 간 내통 주장은 파리로 코끼리를 만들려는 시도와 같다"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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