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13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취임 초기 '제2의 마거릿 대처'로 각광받으며 승승장구했지만 지금은 권좌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메이 총리로서는 우울한 취임 1주년이 될 전망이다.
메이 총리는 11일 취임 1년 연설에서 "총리직을 맡으면서 새겼던 다짐에는 변함이 없다"며 총리직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메이 총리는 조기 총선을 선언한 것에 한 치의 후회도 없다면서도 자신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이행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며 "모든 정당 의원들과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를 둘러싼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디언에 따르면 보수당 내부에서는 메이 총리를 가을 전당대회 이전에 물러나게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 총리의 의지에 상관 없이 총리직을 곧 내려놓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큰 셈이다.
메이 총리에게 지난 1년은 가시밭길이었다. 집권 보수당 내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지난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사임 공백을 틈타당내 지지 기반이 없으면서도 총리 직에 도전해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은 거기까지였다.
올해 3월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통보한 메이 총리는 자국 내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브렉시트 협상력을 강화하고자 조기총선 카드를 던졌지만 치매세 논란이라는 자충수와 맨체스터 테러 등 치안 불안이 겹치면서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로 최소 80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연이은 악재에 메이 정부는 지난달 말에 가까스로 민주연합당과 연정으로 소수정부를 구성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하드 브렉시트(영국과 EU의 완전한 결별)'를 외치며 EU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EU는 흔들리지 않았다.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 내 EU 시민에게 '정착 지위'를 부여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메이 총리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EU는 EU 시민에게 애초 부여한 이동의 자유 권리을 영구적으로 보장하고 EU 시민을 영국민과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U는 이밖에도 60조원에 달하는 브렉시트 '이혼합의금'의 선행 납부를 요구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제외하고는 주목받지 못했다. 다자외교 무대에서 영국의 존재감이 사라진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메이 총리의 불안한 입지가 국제무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장원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