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봄까지만 해도 2021년 장기집권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불과 몇 달 만에 정권 유지를 걱정해야 할 신세가 됐다.
10일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36%로 급락했다. 전달보다 무려 13%포인트나 낮아진 것으로 2012년 12월 아베 2차 수립 이후 최저치다. 보수언론인 요미우리 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30%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5년 9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던 안보관련법 강행통과 당시(4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에 달했다.
이날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33%에 그쳤다. 역시 아베 2차 정권 수립 이후 최저치다.
지난 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 열풍에 밀려 자민당이 역대 최악의 참패를 기록한 이후 아베 내각 지지율이 겉잡을 수 없이 폭락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본내에선 벌써 '10년 전 데자뷔'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7년 1차 내각 당시 선거 패배와 민심 이반에 따른 지지율 폭락에 따른 책임론에 떠밀려 1년 만에 총리직을 사임한 바 있다. 이번 사태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베 내각 지지율 급락의 가장 큰 이유는 아베 총리 개인이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이 49%에 달했다. 응답자의 68%는 아베 정권이 장기집권으로 교만해졌다고 평가했다. 잇따라 불거진 사학스캔들에 솔직하게 대응하기보다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에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정권 핵심인사들이 잇따라 실언을 쏟아내며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여론이 싸늘해졌다.
이번 아베 내각 지지율 폭락 과정에서는 단기 악재에 그쳤던 안보법 강행처리 때와는 달리 심상치 않은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지율 폭락 때마다 아베 내각은 외교(안보)와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돌파해 나갔지만 이번엔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각국 정상과 외교전을 과시했지만 여론은 전혀 관심이 없고 냉랭했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내건 아베노믹스 성과 과시도 약발이 떨어진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분위기 반전을 꾀할 만한 외교 경제 카드가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점은 당 안팎의 총리 잠재 후보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등 총리 잠재후보들이 아베노믹스나 아베 내각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아베 1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쿄도의회 선거 돌풍의 고이케 지사도 전국 정당 규합을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온다.
아베 총리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각을 단행해 분위기 반전을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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