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또 한번 '저물가 수수께끼'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긴축에 자극받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최근 잇따라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정작 긴축 전환의 근거가 되는 물가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해 정책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완연한 상승 무드를 타고 실업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저조한건 '미스터리'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로존의 6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3%에 그쳤고 미국의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4% 상승에 불과했다.
올 2월만해도 연준이 물가목표치(2%)의 잣대로 활용하는 미국 PCE 물가지수는 2.1%까지 상승해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걱정해야할 처지였지만 그 후 물가 상승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 7일 발표된 미 6월 고용지표 상의 임금상승률도 시장의 기대에 못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의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1%(전년 동기 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해 2016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최근 5년간의 그래프를 그리면 우하향하는 모습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2013년 2월에는 3.5%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춰 가계와 기업의 저조한 수요와 대출을 한껏 자극했다. 중앙은행들은 상품·서비스의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줄어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경기 과열)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경기 진작 목표를 달성한 미국은 2015년 12월 이후 네차례 금리를 올려 통화정책 정상화 궤도에 올랐고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 캐나다중앙은행 수장들이 잇따라 긴축 시사 대열에 가세했다.
하지만 최근 몇달간 이어지고 있는 물가 하락세는 갈길 바쁜 중앙은행들의 발목을 붙잡는 동시에 풀기 힘든 수수께끼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진단했다. 미 연준 위원들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부진한 원인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저물가 현상은 원유 등 에너지가격 하락과 통신료 인하와 같은 한정적인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세계 도처의 비용절감 노력이 물가 하락을 자극할 수 있다. 또한 오랜 저물가 여파로 노동자는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고, 기업은 제품값을 높이려는 시도를 잘 안하는 점도 저물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술 진보나 인구 고령화가 세계적인 저물가를 유발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물가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인식이 잘못됐을 경우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현상이 일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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