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비용 항공사인 바닐라 에어가 하반신 마비 승객에게 직접 계단을 오르게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최근 오사카의 한 장애인 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는 키지마 히데토시(45)의 사연을 보도했다.
그는 지인 5명과 여행을 위해 가고시마 현의 아마미 공항에서 바닐라 에어의 비행기를 이용했다. 하지만 바닐라 에어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은 업체 측은 그에게 "아마미 공항에는 휠체어용 탑승 브리지가 없다"며 "직접 계단에 올라 탑승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키지마는 함께 탑승하는 지인들이 휠체어를 들어 올려 계단을 오르겠다고 했지만 관계자는 부축하는 것도 안된다며 탑승 자체를 불허했다. 그는 결국 휠체어에서 내려 계단에 앉은 후 직접 17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이 사건은 키지마의 블로그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고교 시절 럭비를 연습하다가 척추에 손상을 입어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됐지만 여행을 좋아해 158개국을 방문했다. 그는 "그동안 200개가 넘는 공항을 이용했는데 탑승 브리지, 승강기 등 설비가 전혀 없는 아프리카에서도 누군가 도와줬다"며 "시설이 없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도움조차 전혀 없는 건 끔찍한 일이며 바닐라 에어의 행동은 인권침해다"라고
바닐라 에어 측은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해 회사 규칙에 따라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전 여객기가 장애인 승객을 위해 휠체어 리프트나 승강기 등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아 디지털뉴스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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