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대연정 집권 다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오는 9월 치러지는 총선 강령에서 미국을 '친구'로 지칭하는 표현을 삭제했다.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민기사연합은 3일(현지시간) 발표한 선거공약집에서 "미국은 현재 가장 중요한 유럽 밖 파트너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미국이 독일과 매우 가까운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더 긴밀하고 강력하게 연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내용은 기민기사연합이 지난 2013년 발표했던 총선 공약집에도 명시돼 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2013년 총선 공약집에서는 "미국은 유럽 밖에선 독일에 가장 중요한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언급하며 "미국과의 우정은 우리 국제협력의 주춧돌로 여긴다"라고 덧붙인 바 있다. 3일 공개된 공약집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친구' '우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독일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됐음을 보여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기민기사연합의 이번 공약집은 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정 이탈 결정을 내린 것이 유감스럽다고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방위비 분담, 자유무역, 파리기후 협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달 29일 유럽 지도자들만의 G20 정상회담 사전 회의를 열고 유럽 단일 전선을 구축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독일과 미국의 유대는 점점 약화
한편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하루 전인 6일 사전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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