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남중국해에서 트럼프 정부 들어 두번째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격 감행하고 중국이 무력시위까지 동원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온기가 돌던 미중관계가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스트롱맨' 간의 각축으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이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 해군 소속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스테덤이 이날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인근 중국 인공섬 2해리 해역에 진입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했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실효적 지배를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이 시행하는 무력시위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은 영해라고 간주하는 12해리(약 22㎞) 이내로 스테텀호가 들어오자 군함을 보내 맞대응하고 전투기까지 발진했다. 스테덤호가 접근한 인공섬은 중국이 점령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대만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말에는 미 해군 구축함 듀이호가 남중국해 인공섬 미스치프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 12해리 이내 해역을 통과한 바 있다.
가뜩이나 지난주 미 국무부의 대만 무기수출 승인으로 격앙돼있던 중국 정부는 즉각적인 비난 성명을 내놨다.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2일 심야시간대에 기자문답 형태 성명을 통해 "미국은 항행의 자유라는 깃발을 내세우고 다시 군함을 보내 시사군도로 들어와 중국의 법과 유관 국제법을 위반하고 중국 주권을 침범했다"면서 "이는 엄중한 정치적 군사적 도발 행위로 중국은 미국의 관련 행위에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국가 주권과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초대형 해상초계기를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국가해양국은 지난달 26일 남중국해 분국에 해상초계기 'B-5002'를 처음으로 배치했다. 날개 길이만 약 30m로 중국 해상초계기 중 최대 크기다.
이로써 지난 4월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잠시나마 '밀월' 기간을 가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양상이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양국의 공조체제가 와해될 수 있어 한반도 안보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번 항행의 자유 작전은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하고, 북한과 거래혐의로 단둥은행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등 일련의 대중국 압박의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려 했으나 중국이 대북압박에 기대했던 만큼 나서지 않자 압박의 수단을 확대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들은 3일자 사설에서 미국의 이러한 공세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미 군함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은 북한핵 문제와 연계해 (중국과) 흥정하려는 듯 보인다"면서 "이러한 도발행위는 중국여론을 악화시켜 미국이 원한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미군함의 대만 정박을 허용한 미국 의회의 국방수권법 개정안과 미 국무부의 14억달러 규모 대만 수출 승인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의 일련의 조치는 4월 미중 정상회담 합의정신에 반하는 것"이라며 "워싱턴이 대만카드를 활용하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도 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대만 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원칙에 입각해 대만문제를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 승인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에 반해 미국측은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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