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외교관들이 평양과 유럽 등지에서 1년 이상 북한과 비밀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같은 북·미 접촉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위한 외교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이뤄졌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외교관 중심의 공식라인과 전직 외교관이 중심이 된 비공식 라인의 두 가지 협상팀이 있었다.
워싱턴 씽크탱크인 뉴아메리카재단의 수잔 디매지오가 지난해 초부터 비공식 외교라인을 담당했으며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미국 에너지 장관이 공식라인을 담당해 뉴욕에서 20여 차례 이상 북한 외교관들과 접촉했다.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뉴욕에서 북한 외교관들과 접촉한 장소는 북한의 유엔 대표부 인근 팜 스테이크하우스였으며 주로 웜비어 석방 문제를 논의했다. 리처드슨은 지난 해 9월 측근을 평양으로 보내 웜비어 석방협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지난 3월 초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뉴욕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등을 만날 예정이었는데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정남이 암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취소된 바 있다.
윤 특별대표는 그러나 지난 5월 노르웨이 정부와 뉴아메리칸 파운데이션이 오슬로에서 개최한 반관반민 회의에 참석해 최선희 국장을 만났다. 트럼프 정부들어 첫 북미 현직 외교관의 만남이었다. 이때 윤 대표와 최국장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2시간동안 웜비어에 대해 논의했다.
WSJ가 '마담 최선희'로 표현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영어가 유창하고 과거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 당시에도 북핵 및 미사일 관련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최선희 국장을 만난 참석자들이 느낀 것은 북한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매우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란 점"이라며 "경험과 인맥 때문에 매우 중요한 교섭 담당자"라고 평가했다.
오슬로 접촉에서 최선희 국장은 조건이 맞는다면 북핵과 관련, 북미간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북핵과 관련, 실험을 동결하는 방법으로 미국과 타협할 용의가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 해와 올해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한과 미국 간의 반관반민 접촉을 중재했던 싱크탱크 뉴아메리카 파운데이션의 수전 디매지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들을 즉시 석방할 경우 잠재적으로 진지한 북미대화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설
가장 최근 북미접촉은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6일 뉴욕에서 북한 유엔 대표부와 만나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상태에 대해 듣고, 이어 12일 의료진을 대동하고 평양에 들어가 13일 웜비어와 함께 귀국한 것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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