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미국 사회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일각에서도 협약 탈퇴에 반발하고 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미국 주요 기업인들도 협약 잔류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등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백악관 자문직을 그만두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경제자문위원회와 제조업일자리위원회 두 곳의 자문위원을 맡아왔다.
머스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파리협약이 어느 길을 갈지 모르지만, 백악관과 위원회 사람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약 잔류를 조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탈퇴를 강행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블룸버그통신의 질문에 "그 경우에는 내가 경제 자문단을 떠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지 않겠느냐"며 사퇴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약 잔류를 촉구한 CEO는 머스크만이 아니다.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CEO는 지난달 주요 30개 기업 CEO의 서명을 포함한 파리협약 잔류 지지 의사를 담은 편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달 30일 백악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파리협약에서 탈퇴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의 CEO와 제프리 이멜트 GE CEO는 파리협약을 지지하는 TV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엑손모빌·쉘 등 메이저 석유업체들 역시 파리협약 탈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도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뉴저지)과 잭 리드 민주당 간사(로드 아일랜드) 등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파리협약 탈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며, 결국 중국만 이롭게 할 것"이라고 탈퇴 계획을 거둬들이라고 촉구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밋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는 "파리협약에 대한 지지는 기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 국제사회 리더로 남아 있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협약 탈퇴를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파리협약 탈퇴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이 주도하고 있다. 반면 '퍼스트 도터' 이방카를 비롯해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은 파리협약 지지파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사회간접자본 피해 등은 몇몇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파리협약을 지키기 위해 똘똘 뭉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달 31일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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