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경질을 둘러싸고 민주당이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하며 여·야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대선개입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가 임명될 때가지 FBI 국장 인선을 저지하기로 당론을 사실상 확정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누가 특검에 임명되느냐에 따라 새 FBI 국장 인준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며 "공화당 의원들도 특별검사 도입 요구에 가세해 달라"고 촉구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특별검사 임명 기준으로 백악관과 법무부로부터 독립될 것, 의회에 수사 관련 보고의무를 지킬 것, 수사를 방해하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조사할 것 등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코미 전 국장과의 만찬 당시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갖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하며 코미 전 국장을 위협한 것을 수사방해 시도로 간주하고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만찬에서 코미 전 국장이 FBI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고 주장했고, 코미 전 국장이 이를 부인하자 "녹음 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고 협박한 바 있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말과 행동으로 러시아의 대선개입 수사를 방해하고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신빙성이 없다"며 "녹음테이프가 있다면 의회에 증거로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심지어 공화당 내에서도 코미 전 국장 해임에 대한 비판에 가세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밴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FBI 국장을 갑작스럽게 해임함으로써 정부 기구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
코미 전 국장은 아직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청문회가 공개로 진행된다면 출석해서 증언에 나설 의사가 있는 것으로 의회전문지 더힐이 보도했다. 최근까지 러시아 대선개입과 트럼프캠프와 러시아 내통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코미 국장이 청문회에서 관련 사실을 증언한다면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국민들의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코미 전 국장 해임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38%는 반대한다고 했고, 32%는 견해가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78%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하게 했던 칼 번스타인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워터게이트보다 어쩌면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국장은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오랜 전통을 지켜온 미국의 소중한 제도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내통 스캔들에 이어 코미 전 국장 경질 여파로 정치적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개편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스티브 배넌 수석고문과 대선승리 공신인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교체함으로서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경질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코미 전 국장 해임으로 정국이 '쑥대밭'이 된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의 본인 소유 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재 트럼프 골프장에서는 기습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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