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가 자신의 주요 공약인 '유로화 폐기'를 연기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중도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앙마르슈(전진) 후보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극우색 지우기를 통해 부동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풀이다.
르펜은 후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언론 시드웨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이탈은 더 이상 정책 우선순위가 아니다"며 "만약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면 프랑스 화폐인 프랑화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 시점을 1년이나 1년 6개월 동안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공약과는 온도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르펜 후보는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프렉시트)와 더불어 유로존 이탈 후 프랑화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등 '프랑스 우선주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르펜 후보가 자신의 대표 공약인 유로화 폐기를 수정할 뜻을 내비친 것은 갑작스런 통화 변동으로 유로화를 투자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지지 철회를 우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는 특히 1차 투표에서 3위로 탈락한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온 중도 우파 지지자들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르펜 후보는 지난달 23일 대선 1차 투표 이후 지속적으로 입장을 조금씩 바꿔왔다.
그는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FN 당 대표직 사임을 선언하면서 '극우색 지우기'를 본격화했다.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이 2002년 대선에서 결선투표까지 진출했으나 극우 정권을 막으려는 세력들이 결집하면서 대패한 점을 교훈삼아 FN이 '열린 정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흐름은 지난달 29일 우파 정당 공화국세우기(DLR)당과 연대 발표로 이어졌다. 르펜 후보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지난 1차 대선에서 경쟁했던 니콜라 뒤퐁 에냥 DLR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겠다고 선언했다.
FN이 다른 정당과 연대를 맺은 것은 정당 창설 45년 만에 처음이다. 전·현직 정치 거물들과 유명인들이 마크롱 후보 지지로 결집 양상을 보이면서 고조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르펜 후보가 세력 확장 움직임을 보이며 지지세를 키워나가는 만큼 이를 반대하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파리, 보르도 등 주요 도시에서 집회가 열린데 이어 1일에는 프랑스 노조와 정치운동 단체들이 250개 지역에서 르펜 후보에 반대하는 행진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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