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제 해결의 분수령으로 주목했던 미·중 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나면서 한반도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북한문제를 풀기 위해 '마이웨이'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최대의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협의과정에서 소외당하는 '코리아 패싱' 위기에 직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국면을 맞아 외교·안보를 지휘할 책임자가 없는 것이 첫번째 악재다. 여기에 북한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두번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은 북한문제를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라며, 북한과 무역거래가 가장 많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것을 우려하며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처럼 상반된 양 측 주장을 재확인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을 통해 북한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정부가 각별히 공을 들였던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를 누그러뜨리려는 시도 역시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외교·안보 수장 공백과 미·중 갈등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이 북한문제 해결 논의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독자행보를 예고해놓은 상태다. 정상회담 직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를 향해 이동시키는 동시에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 문제를 중국이 (해결)하지 않는다면 미국 혼자서라도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한·미 공조에 중점을 두었던 과거와 달리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군사적 옵션의 언급횟수가 늘어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트럼프정부가 북핵문제에 상당한 외교자산을 투입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반도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45분간 전화회담을 하고 북한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미·중 정상회담 전후로 미·일 정상이 북한문제를 놓고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에도 아베 총리와 35분간 통화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지난 8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직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에는 미·일 정상 통화만 있었고 황 대통령 권한대행과는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만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재차 통화하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 동아시아 문제를 협의한 데 비해 한국은 회담 결과를 설명받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과 대응방향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했고 사드 배치관련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통화는 20여 분간 진행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의 정당함을 피력함으로써 사드 보복의 부당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며 "사드 보복에 대한 한국 측 입장이 중국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직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스티브 무느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의 정상회담 브리핑에서는 사드에 관한 아무런 언급 없었다.
이는 미국이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 때문에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떨어짐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오는 16일 방한과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특별사무대표의 10일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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