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일(현지시간) 시리아를 전격 폭격함으로써 '아메리카 퍼스트'를 천명하며 고립주의로 일관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은 가뜩이나 국제전 양상을 띠며 전개되는 시리아 내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이날 폭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에 미사일 공격을 발표하지 않았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있었다. 폭격 당시 워싱턴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남아 있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마러라고로 출발하기 전 혹은 이동중의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시리아 폭격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위해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시리아에서 일어난 일은 인류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그는 그곳에 있고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 무엇인가 일어나야만 한다"고 말해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렇게 즉각적인 지시를 내렸는지에 의문점이 남는다.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 주재 대사가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의미 있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미국이 군사행동을 즉각 실행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안보리에서 시리아 제재 결의안을 놓고 서방과 러시아 간 협상이 진행중인 와중에 전개된 폭격이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적극 추진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대립각을 불사하면서까지 폭격을 감행했기 때문에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번 폭격이 5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근간인 고립주의를 세웠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배제된 뒤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고립주의 기조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분담금 기준(국내총생산(GDP),의 2%) 준수를 압박하며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우선하겠다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2018년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국무부의 대외원조 기금과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들어가는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국방부의 군비증강 예산을 대대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은 시리아 및 북한 문제가 전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경우 미국의 국익은 물론 국제적 영향력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리아 폭격이 최근 일련에 진행됐던 미국의 중동 질서 복원이라는 측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의 외교정책의 핵심이었던 '피봇투 아시아(아시아 중심)' 지우기 차원에서 트럼프 정부는 중동에 방점을 찍어왔다. 이스라엘과 결속을 강화하고,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전통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및 바레인에 무기수출을 재개했다. 러시아에 밀렸던 중동 내 영향력을 복원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시리아 개입은 러시아와의 정면 충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예측불허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폭격 전 러시아에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폭격 지점이 반군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세력이 활개를 치는 홈스라는 점은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회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알아사드 정권이 물러나는 것은 러시아에게 힘들게 얻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대한 교두보의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빅토르 오제로프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시리아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폭격은 유엔 회원국에 대한 도발 행위"라며 "러시아는 이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란, 터키, 호주 등도 얽혀 있는 상황에서 시리아 문제는 탈출구 없는 답보상태를 키울 전망이다. 수니파 국가로 시리아내 쿠르드계 박멸을 원하는 터키는 미국의 군사작전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한편 시리아 폭격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한반도의 긴장도 최고조로 올라가는 상황이지만, 우리 정부는 대북 압박 외에는 마땅한 대책과 출구가 없는 답답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가능성은 낮지만 실제 미국이
[장원주 기자 / 박의명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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