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을 먼저 구해야 한다. 목숨을 거는 일은 내가 맨 앞에 서겠다."
디지털미디어 고등학교 1학년 오주형 학생(16)은 어색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도종환 시인(국회의원)이 쓴 '캡틴 오 캡틴'의 첫 번째 연을 읽어 내려갔다. 친구들과 웃으며 장난치던 철없는 학생들 표정도 이내 숙연해졌다. "이렇게 지휘하는 선장을 우리는 갖지 못했다"라는 첫 연의 마지막 구절을 읽자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며 훌쩍였다.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 416기억저장소 전시관에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위한 시 낭송 행사가 열렸다. 416가족협의회 산하 416기억저장소는 매주 금요일 시 낭송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해 9월 23일 시작한 이후 27번째를 맞은 이날 행사엔 시민과 학생 70여명이 모였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이지만 이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대신 이곳을 찾았다. 디지털미디어 고등학교 디지털 컨텐츠 반 학생들도 이날 전시관을 찾아 시낭송 행사에 동참했다. 행사장을 찾은 도종환 시인은 "진실은 은폐되고 유가족들은 조롱당하는 야만적인 모습을 지켜봤다"며 "진실이 밝혀져 자식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이 진정으로 위로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굳이 서울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를 찾지는 않더라도 국민들이 3년 전 아픔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방법은 이런 시낭송회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김포시 김포시민회관에서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각종 공연을 즐기는 소박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공연 시작 시간인 7시 30분이 다가오자 엄마 손 잡고 온 세 살배기 아이부터 70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150여명의 관객이 강의실용 책상 겸 의자로 준비된 좌석에 하나 둘 앉기 시작했다. 이날 추모 행사에서는 세월호 희생·생존 학생의 가족으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김포지역 중고생들이 모여 준비한 뮤지컬,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416합창단'의 무대가 이어졌다. 슬픔도 잠시, 준비된 공연을 지켜보던 관객들의 얼굴은 밝아졌다. 엄마와 아들의 갈등이 재미있게 표현되는 연극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끝까지 밝혀줄게'라는 문구를 들어 올릴 때는 박수가 쏟아졌다.
"우리가 너희의 엄마다", "너희가 우리 아들이다"라는 노랫말이 울려 퍼진 합창단의 노래는 관객들이 다시 조용히 눈물을 훔치게 하기도 했다.
416합창단원으로 노래한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5반 이창현 학생의 아버지 이남석 씨는 "여러분의 밝은 표정에서 희망이 보인다"며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관객들은 무대에 오른 세월호 희생
[임형준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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