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테러범의 정체가 영국 태생의 이슬람교도 중년 남성으로 드러난 가운데,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런던경찰청은 23일(현지시간) 전날 런던 의사당 부근에서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테러를 일으킨 범인은 52세 남성 칼리드 마수르라고 발표했다. 테러범은 영국 남부 켄트에서 태어났으며 최근에는 웨스트미들랜즈에서 거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테러범은 그동안 여러 개의 가명을 사용해왔으며 과거 스스로 이슬람교로 개종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폭력과 공격무기 소지, 공공질서 위반 등 수 차례 기소된 전력이 있고 몇 년 전에는 폭력적인 극단주의와 관련성이 의심돼 영국 정보기관 MI5의 조사를 받은 적도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MI5는 그를 핵심 관리대상이 아닌 '주변부 인물(peripheral figure)'로 구분해 잠재적 테러리스트 명단 3000명에 포함하지도 않았다. 마수드의 범행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테러범은 주변에도 그저 평범한 50대 가장으로 인식됐다고 알려졌다. 그가 거주했던 지역의 이웃들은 "그는 차분했고 가족들도 매우 조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IS는 선전 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이번 공격은 IS 병사가 IS 격퇴에 참가한 동맹군 국가의 시민을 공격하라는 부름에 응한 것"이라며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그의 평소 행동 등을 볼 때 IS 등의 영향을 받았으나 훈련은 받지 않은 '자생적 테러리스트'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런던경찰청도 여전히 테러범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추정하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테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의를 했을 가능성은 열어두고 관련자 8명을 체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테러가 마수드의 단독 범행으로 밝혀지긴 했지나 그의 극단주의 사고는 주변 인물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테러범과 관련한 조사가 이어진 가운데 런던에서는 테러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계속됐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던 75세 남성이 23일 끝내 숨을 거두면서 현재 범인을 제외한 총 사망자 수는 4명으로 늘었다.
피해자들 중 특히 테러범과 맞서다가 숨진 키스 파머 경관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그는 15년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었지만 의회 경호팀 업무 가이드라인에 따라 무기를 소지하지 못해 테러가 일어난 날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머 경관의 유족들을 위한 온라인 모금이 현재 수천 파운드를 넘어선 상태다.
그 외 사망자들도 스페인어 대학교수, 런던으로 여행 온 미국 출신 뮤지션 등 평범한 시민들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한편 벨기에 북부 도시 앤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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