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러…유럽 극우 정당에 힘 실어주나
↑ 사진=연합뉴스 |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일어난 테러에 주요 선거를 앞둔 유럽 국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다음달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굵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런던 테러가 반무슬림, 반이민을 기치로 내건 포퓰리스트 정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파리, 브뤼셀, 니스 등지에서 잇따른 테러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프랑스 국민전선, 영국 독립당, 독일을 위한 대안 등이 기성 정치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런던 테러가 유럽의 극우정당들이 내세우는 '유럽 위기'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며 반향을 일으킬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수위는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테러가 주요 선거가 열리는 곳에서 일어나지 않은 해외 사태인 데다가 사상자 수가 많은 편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는 "독일, 프랑스에서 반향이 있겠지만 이런 일은 이제 패턴의 일부분이 돼 체인의 또 다른 고리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테러 공격을 당한 유럽 국민을 단결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로빈 니블렛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대표도 이번 사건이 최근 2년 새 테러가 발생한 "런던부터 파리, 니스, 베를린을 정치적 맥락 안에서 연결짓는다"며 "분열 위기가 지속적으로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단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유럽은 이미 일련의 테러를 경험하며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다는 점도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입니다.
독일 슈피겔지의 크리스토프 슐트 분석가는 지난해 12월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 당시 독일인들이 놀랄 정도로 차분하게 대처했다며 "런던 테러가 불안감을 더욱 키울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부는 테러에 대해 불안해하고 난민 위기와 연결짓겠지만, 세계 어디나 미치광이는 있는 법 아니냐. 그걸 어쩌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영국 수사당국이 테러범과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으나 런던 테러는 2015년 11월 파리 테러에 비하면 사건이 단순하고 사상자가 적은 편이기도 합니다.
130명이 사망자를 낳은 파리 테러는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주도로 조직적으로 기획된 범죄였습니다.
심지어 이번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런던 테러를 정략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르펜 대표는 런던 테러 이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또 다시 테러리즘이 유럽의 심장부를 공략해 젊은 프랑스인들이 희생됐다. 이런 잔혹성은 테러가 일상의 위협이 됐음을 상기시킨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그의 평소 발언에 비춰보면 '부드러운' 수준입니다.
런던 테러는 서방 세계의 취약성을 일깨우는 계기 정도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차량을 이용한 일반적이면서도 어디서나 가능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
파리 소재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의 프랑수아 하이스부르 선임 자문관은 "여기 사람들도 (런던 테러가) 국제적인 문제라는 것을 안다"면서 "그러나 프랑스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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