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도청 의혹'에 대한 의회의 증거 요구에 결국 응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요구한 의회조사에 증거조차 제출 못하며 또 한 번 체면을 구겼다.
미국 법무부는 연방의회 하원 정보위원회가 13일(현지시간)로 정해놓은 도청 관련 증거 제출 기한까지 별다른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도 슬슬 발을 빼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도청(wiretap)'은 보다 광범위한 형태의 사찰을 뜻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전화를 개인적으로 도청한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도청이 확실히 있었다"고 주장하던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슬쩍 말을 돌렸다. 콘웨이는 12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도청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라며 "전화, 텔레비전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전자레인지도 카메라로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해 전화 외에 다른 방식의 도청 가능성을 제기했다.
콘웨이는 그러나 다음날 CNN 인터뷰에선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이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도청했다고 믿지는 않는다"고 말해 연이어 말을 바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신성한 대선 과정에서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걸 알았다. 이것은 닉슨의 워터게이트다"라고 주장하며 의회에 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을 격노케 해 전현직 대통령의 충돌로까지 비화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증거도 없이 '물타기성' 의혹을 반복 제기하자 미국 언론들도 뿔이 났다.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