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다음달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독일에 이어 네덜란드와도 외교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열린 개헌 찬성집회에 참석하려던 터키 장관들이 잇따라 네덜란드 정부의 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으로 이민을 많이 간 터키의 독특한 상황이 EU의 나라들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정부는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의 입국을 거부한 데 이어, 파트마 베툴 사얀 카야 터키 가족사회정책부 장관의 영사관 출입을 저지하고 독일 국경으로 호송해 버렸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1000여명의 터키인들이 로테르담에 모여 시위를 벌였고, 네덜란드 경찰은 물대포까지 동원한 강제해산에 나섰다. 두 장관은 로테르담의 개헌찬성집회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네덜란드 내의) 터키인 사회에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며 "터키의 정치 캠페인에 협조할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입장일 뿐 오는 15일 총선을 앞두고 반(反)이민 표심을 노리는 극우자유당의 영향을 받은 조치였다는 의견이 다수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반이민, 유럽연합(EU) 탈퇴 등을 외치는 극우 자유당(PVV)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덜란드 정부를 "나치 잔재이자 파시스트"라며 격렬히 비난했다. 그는 독일에서 터키의 개헌찬성 집회가 불허되자 지난 5일 "독일 정부는 나치와 다를 바 없다"고 외친 후 일주일만에 네덜란드 정부도 나치에 비유했다.
터키의 해외거주 유권자 수는 약 270만명이며, 독일에만 약 140만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정부는 4월 16일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해외유세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내 찬반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해외 유권자표가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앞서 독일 함부르크에서 터키계 정치집회에서 연설을 했으며, 12일에는 스위스 취리히의 정치집회에 참석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국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 전투기 격추사건으로 인한) 모든 문제가 극복됐다"며 "양국 관계가 정상화 단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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