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립주의를 표방하며 국내문제에 골몰하는 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광폭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외교문제에 트럼프 대통령이 등한시하는 틈을 타 푸틴 대통령이 국제분쟁에 적극개입해 미국 대신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요청한다면 러시아 군사 기지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키르기스스탄은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및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푸틴 대통령이 자국 군대의 철수 의사를 표명한 데는 크림반도 합병으로 인한 서방의 경제제재의 부당성을 확산하고, 도덕적인 명분을 확보해 전통적인 '집토끼'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지배력을 고수하려는 포석이다. 특히 '일대일로' 정책으로 중앙아시아에 막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라이벌'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날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경제협력보다는 국제분쟁의 '해결사' 이미지 구축에 집중했다. 그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올해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시리아 휴전회담은 유엔이 중재하는 제네바 평화협상의 시동을 거는 데 도움이 됐다"고 카자흐의 역할을 부추켰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 중동 내 교두보를 확보한 푸틴 대통령은 북아프리카의 리비아 내전에도 관여할 태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러시아는 리비아 동부 최대 무장집단 '리비아국민군'을 이끄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측에 군장교를 보내 군사훈련을 돕고 있다.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때 군사훈련 명목으로 시작했다가 때가 무르익었을 때 본격 공습으로 전환한 바 있어 비슷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의 영향력은 옛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동유럽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는 지난달 헝가리를 방문해 원전 추가 건설 지원 및 천연가스 공급 확대 등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헝가리는 EU 가입이 자국 경제성장에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부터 몰도바, 불가리아, 루마니아에서 친(親) 러시아 정당이 각종 선거에서 승리하며 러시아의 영향력은 급상승하는 기세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대외 확장세가 고동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야권 성향 러시아 라디오방송 '에호 모스크비'의 알렉세이 베네딕토프 보도국장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적이기는 하지만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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