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이 지난달 28일 자신의 생애 첫 베트남 방문길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양위를 밝힌 후 첫 해외 방문이기도 한 이번 여정은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표면적으론 이번 베트남 방문이 자신이 그동안 즉위 이후 진행해온 일본 과거사 반성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왕은 즉위 후 1991년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3개국 방문을 시작으로 1992년 중국, 2005년 사이판, 2006년 싱가포르, 2009년 하와이, 2016년 필리핀 등을 찾아 전쟁국가 일본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행보를 보였다.
일왕은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도 양국의 평화와 우호 증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일본 군인들과 베트남 여성들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계 베트남인들과도 만난다.
하지만 더 눈길이 가는 대목은 지난 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베트남을 방문한 데 이어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일왕이 다시 베트남을 찾는다는 점이다.
신흥 투자 유망국으로 각광받던 베트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움직임으로 그 위상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베트남을 빠져나가기 바쁘고 베트남 경제도 중진국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베트남 지도부는 그 돌파구를 중국에서 찾는 모양새다.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은 올해 1월 중국을 전격 방문해 양국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아베 총리에 이어 일왕마저 잇달아 베트남을 방문하자 일왕의 행보가 과거사에 대한 반성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즉 중국에 대한 견제이자 중일 양국의 아세안 헤게모니를 둘러싼 경쟁과 연관 있다는 해석이다.
정치와 거리를 둬온 일왕의 전통적 행보를 고려하면 너무 정치적인 해석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이사장을 맡고 있는 기타오카 신이치 도쿄대 명예교
일왕 부부는 오는 5일 태국 방콕으로 이동해 작년 10월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시신이 안치된 왕궁을 찾아 조문하고, 그의 아들인 새 국왕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과도 만날 계획이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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