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도 채 남지 않은 프랑스 대선이 후보들의 합종연횡으로 요동치고 있다.
대선 패배가 예상됐던 집권여당 사회당이 좌파 세력 결집에 나서면서 막판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르펜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과 피용의 제1야당인 보수당, 마크롱의 중도 성향의 무소속 등 3파전에서 좌파세력이 부각돼 '4파전'의 박빙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 대선 역사상 가장 예측이 어려운 대혼전"이라고 평가했다.
2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중도좌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와 강경좌파 장뤼크 멜랑숑 좌파당 후보의 연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멜랑숑은 "조만간 아몽 후보와 만날 의향이 있다"며 좌파 연정에 대한 의사를 내비쳤다. 또 다른 좌파 성향의 녹색당 대선후보인 야니크 자도는 출마를 포기하고 아몽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회당은 대선 승리 가능성이 희박했다.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 테러 등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지지율이 4%까지 떨어져 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재선 도전을 포기할 정도였다. 사회당에서 브누아 아몽 후보를 내세웠지만 당 지지도가 워낙 낮아 아몽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었다. 그런 아몽이 좌파 세 불리기에 나서면서 선거를 흔들 강력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몽의 시라니오는 현실성이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이 지난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르펜의 지지도는 26%로 1위를 기록했으며, 마크롱이 23.5%로 2위였다. 피용은 20.5%의 지지율로 3위를 차지했다. 아몽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율은 13%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대가 성공해 멜랑숑(11%)과 자도(2%)와 힘을 합치면 지지율은 단숨에 26%로 상승해 1위권으로 올라선다.
특히 최근 승승장구하던 '빅3' 경쟁후보들이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아몽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지율 1위를 달려온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유럽의회 공금 유용 의혹과 관련 경찰 조사를 받아야하지만 이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때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피용은 '가족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이다. 피용은 국회의원 재직 당시 아내와 자녀를 보좌관으로 허위 고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24일(현지시간) 피용 후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30대의 젊음과 중도를 표방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무소속 후보는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몽은 중도좌파 사회당에서 진보 색채가 강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아몽은 '프랑스의 샌더스'라는 별명이 있다. 핀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한 기본소득 보장제가 아몽의 대표 공약이다. 그는 주 35시간인 노동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고 현재 18~25세 주고 있는 기본소득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 매달 600~750유로(약 70만~9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핀란드는 올해부터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매달 560유로(약 70만원)씩 2년간 고용여부나 사용처 등과 상관없이 지급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이 집중돼 분배구조의 불평등이 악화하는 과정을 보여준 '21세기 자본'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도 기본소득제 공약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최근 아몽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4월23일)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끼리 결선투표(5월7일)를 한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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