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 [이승환 기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유족인 권미애(41) 김아련(38) 박기용(46) 이옥순(39 최승운 씨(41) 얘기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숨지거나 질병을 얻은 피해자들에 대해 제조업체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이후 처음으로 명절을 맞는다. 이들은 지난 24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어차피 지난 몇 년간 우리에게 명절은 없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몇년간 피해자 가족들은 일가 친척이 모이는 명절 때마다 숨어 살다시피 했다. 스스로 아이를 아프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친지들 앞에 쉽게 설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난 2010년 1월 태어난 딸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19개월 만에 병원에서 딸을 잃은 최승운씨. 그는 "지난 6년간 가족들도 저도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처럼 딸아이 이름이나 이야기를 전혀 안 꺼냈다"면서 "항상 딸아이 빈자리가 생각나 일부러 그런 자리를 피했다"고 울먹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만성폐질환 환자인 임 모군(14)의 어머니 권미애씨도 명절 때마다 은둔하다시피 한 것이 올해로 벌써 11년째다. 권씨는 "산소통을 달고 휠체어를 타야 외출할 수 있는 아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임군의 폐는 30%밖에 기능하지 않아 산소통이 없이는 스스로 호흡할 수 없다. 산소통 한 통은 최대 8시간 사용하면 바닥나기 때문에 외출 시 항상 시간을 정확히 체크해야 한다.
법원 배상판결이 나고 지난 6일에는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출시해 인명피해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됐지만 이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설 역시 친지들과 모임은 생략하고 피해자 가족들과 향후 법적 대응책을 의논하고, '제2의 옥시'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도 정비를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홍보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법원이 지난 6일 존리 전 옥시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해자들은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최씨는 "이번 1심 판결은 2011년 이전에 근무했던 임직원에 대한 처벌로서 옥시 문제 전체의 20%도 안 된다"며 "그 이후에 영국 본사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이루어진 증거 위조·인멸 등 심각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가습기 살균제 배상 판결로 피해자 가족들은 최대 1억원의 공식적인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패소한 세퓨가 이미 파산한 상태라 배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이와 별도로 옥시측은 피해자들과 개별로 협의해 사망하거나 큰 장애를 입은 성인에게는 최대 3억5000만원, 영유아나 어린이에게는 위자료 형태로 최대 10억원을 지급할 계획을 밝히기는 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들은 배상 판결이후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만나기 꺼려하고 있다. 권씨는 "승소 판결을 접한 주변 사람들은 손해배상만 이루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안다"며 "그러나 폐는 한번 손상되면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 아들도 폐 이식 수술을 권유 받았지만 성공률이 낮아 현재로선 치료제도 치료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일시적인 금전 보상이 아니라 장기적 치료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크다는 얘기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에 대해서 피해자 유족들은 큰 실망감을 내비쳤다. 애초 이 법에는 '제조업체가 손해액의 10배를 배상토록 한다'는 징벌적 배상 관련 문구가 포함돼있었지만, 이후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빠졌다. 법안은 피해자들에게 요양급여와 요양생활수당, 장의비, 간병비, 특별유족조위금 및 특별장의비 등의 구제 급여를 주도록 했다. 최씨는 "전체 피해자에 대해 최대 2000억원 상한을 정한 뒤에 옥시 분담액은 500억원으로 한정돼 버렸다"며 "도산한 세퓨 피해자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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