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한데 대한 후폭풍이 크게 일고 있다. 가장 큰 피해국으로 지목되는 일본은 잽싸게 유럽연합(EU), 중국과의 자유무역 확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트럼프 정권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빠진 TPP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대안 마련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당장 일본 정부가 올 상반기 내에 타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EU)과의 경제연대협정(EPA)이다. EU의 역내 국내총생산(GDP)이 전세계의 4분의 1를 차지할 만큼 큰 공동시장인 데다 일본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주력 수출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타결을 위해 총력전을 펴왔지만 농산물 등 민감품목의 관세 철폐 수준에 이견이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눈을 돌리고 있는 또 하나의 자유무역협정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RCEP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미국이 TPP를 이탈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에 참여하는 것이 탐탁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자유무역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RCEP은 TPP와 비교하면 관세인하 정도나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자유무역 수준이 낮다. 이에따라 일본은 일단 참여에 목표를 두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의 TPP대책본부를 통상협상 전반을 총괄하는 범부처 조직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TPP에 얽매이지 않고 EU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통상협정을 전체적으로 지휘할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TPP 대안을 발빠르게 찾아나서는 것은 아베노믹스 구조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국내 농업 의료 등의 개혁이기 때문이다. TPP 대안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국내 개혁과제마저 주저앉게 될 우려가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를 제안해올 경우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분위기다. 양자 FTA 협상에 나설 경우 농산물 등의 개방수준이 TPP보다 높아질 우려가 있고, 환율개입 등의 문제까지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트럼프 정권의 보호무역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멕시코는 이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이 불만족스러우면 탈퇴까지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현지 텔레비사 방송 인터뷰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기대 이하의 조건이라면 우리가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엔리카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도 전날 "미국과의 재협상에서 대항하지도 굴복하지도 않겠다"며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의 반발은 트럼프와 만나기 전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 과하르도 장관은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부 장관과 오는 25~26일 워싱턴DC를 방문해 트럼프 내각과 고위급 회담을 할 예정이며, 이어 니에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31일 예정돼 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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