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핵심참모들이 취임 직후부터 언론의 취임식 참석인원 보도를 문제삼아 전격적으로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22일(현지시간) "(취임식 참석인원 논란은)트럼프 대통령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그냥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고 필사적(tooth and nail)으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콘웨이 선임고문 역시 같은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부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며 "그런 보도는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트럼프의 복심인 핵심참모들의 총공세는 트럼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21일(현지시간) CIA를 방문해 언론인들을" 지구 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인간들"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언론과의 전쟁 발단은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으로부터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튿날인 21일 토요일 오후.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위해 기자실에 등장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사실상 데뷔 무대였다.
"지난 24시간 동안의 언론 보도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운을 뗀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비해 참석자가 훨씬 적었다는 보도를 문제삼았다. 이어 거짓 해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잔디를 보호하려고 바닥을 덮어놓아서 사람이 적은 것처럼 보였다. 과거에는 덮개를 쓰지 않았다." "역사상 최대 취임식 인파였다. 취임식 연단에서 4번가까지 약 25만명, 미디어 텐트까지 22만명, 또 워싱턴 기념비까지 25만명이 모였다." "42만명이 워싱턴DC 지하철 환승역을 이용했다. 오바마의 취임식 때는 31만7000명이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검색을 하느라 더 많은 인원이 행사장에 접근할 수 없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4분30초 가량의 일방적인 브리핑을 마치고 질문도 받지 않은 채 기자실을 떠났다.
워싱턴포스트(WP)등 미국 언론들이 발끈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보국장 출신의 베테랑 대변인이 거짓 브리핑을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리고 백악관의 '거짓말'을 증명하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WP는 2013년 당시 취임식장에 잔디 보호 덮개를 사용한 사진을 내보냈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 연구진은 항공사진을 분석해 트럼프 취임선서 당시 참석 인원은 16만명이었다고 추산했다.
폴리티코는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 110만명이 지하철을 이용한 사실을 공개했다. 2013년 2기 취임식 때도 워싱턴DC 지하철 이용객은 78만3000명이었다. 보안당국은 과거 취임식보다 특별히 더 보안검색을 실시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측이 '언론의 왜곡보도'라고 주장하는 7가지 논점을 정리한 후 그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반박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제 백악관 브리핑도 못 믿겠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방송에 출연해 스파이서 대변인의 허위 브리핑을 두고 "거짓말이 아니라 또다른 팩트(Alternative Facts)"라고 거들면서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NBC방송 진행자 척 토드는 "그건 또다른 팩트가 아니라 그냥 거짓말일 뿐"이라고 지적했고 WP는 "트럼프 진영이 이런 식으로 거짓을 얼버무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 백악관 출입기자 글렌 스러시는 자신의 트위터에 "좀 있으면 취임식 항공사진조차도 '가짜뉴스'라고 우길 판"이라고 조롱했다.
딘 오베이덜라 컬럼니스트는 C
언론의 끊임없는 비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 언론 간의 전쟁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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