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인이 사용하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중국 정부 요청에 따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앱을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G2(주요 2개국) 간 첨예한 갈등 양상이 언론 분야까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NYT는 4일(현지시간) "애플이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23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뉴욕타임스의 영문판과 중국어판 뉴스 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조치에 대해 "특별한 소프트웨어에 의존하지 않은 채 NYT 뉴스를 볼 수 있는 중국 본토인들의 몇 개 안 남은 접근 기회를 봉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이번 조치가 중국에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고 있는 언론에 공격으로 판단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2012년 영국 더타임즈가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 일가의 재산 축적에 관한 시리즈 기사를 내보내고 난 뒤, 이 신문의 웹사이트를 차단했다.
실제 애플 앱 삭제 조치 시기나 삭제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미국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 이후 통상 분쟁, 남중국해 분쟁 '하나의 중국' 원칙 훼손 가능성이 미국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시점에서 NYT를 겨냥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NYT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사 트럼프와 잦은 충돌을 일으킬 만큼 권력에 가장 비판적인 기조를 유지해왔다. 미국에서조차 정부와 권력에 가장 비판적인 NYT를 문제삼았다는 것은 중국이 중국관련 기사에서도 비판적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표 언론을 선정해 압박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본보기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미국 월스트저널이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다른 외국 언론도 언제든지 중국 당국의 '재갈 물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엄포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와함께 NYT에 대한 조치는 대립적인 미중관계에서 언론도 예외일 수 없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이나 정부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관계정립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더욱이 애플과 중국 당국 모두 NYT가 중국 법률에 저촉한 행동을 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법위반 조항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어 이러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프레드 사인즈 애플 대변인은 "NYT 앱이 현지 법규를 위반했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이에 따라 이 앱을 중국 앱스토어에서 내려야 했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이에 대해 NYT는 "NYT 앱이 어떤 현지 법규를 위반했다는 것인지, 누가 애플과 접촉했고, 언제, 어떤 법원의 명령이나 행정명령이 내려졌는지에 대해 애플 측은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NYT 베이징 지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당국자들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NYT의 공식적인 앱 삭제 이유 요청에도 중국 당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NYT는 중국의 인터넷 규제 기관인 중국 사이버공간관리 당국에 팩스로 보낸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에일린 머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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