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성추행 자랑'을 보도해 파장을 일으켰던 워싱턴 포스트(WP)의 기자가 살해 협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WP의 데이비드 파렌톨드 기자는 29일(현지시간) WP에 당시 취재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보도가 나간 이후 밀워키에 사는 한 남성으로부터 살해 협박이 담긴 음성메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파렌톨드에 따르면, 그는 이 사건에 대해 바로 WP에 보고했고 WP는 전문 경호원들을 고용해 파렌톨드가 직장과 가정에서 안전을 강화하도록 조치했다.
파렌톨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전문 경호원들은 가족들에게 상상한 것보다 더 큰 위협이 올 수 있다며 몇 가지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경호전문가는 파렌톨드에게 최대한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차량을 주차하도록 하는 것부터 대피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외에 파렌톨드와 WP는 워싱턴 DC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파렌톨드 기자에게 살해 협박을 한 사람이 트럼프의 지지자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파렌톨드는 지난 2005년 연예프로그램 '엑세스 할리우드'에 출연한 트럼프 당선인이 진행자 빌리 부시와 나눈 음담패설이 담긴 녹음파일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의 성추행 의혹에 관한 최초 보도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파렌톨드는 녹음 파일을 입수한 직후 "이번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이 파일은 단순히 그가 발언한 것에 관한 것이 아니고 그가 직접 저지를 행동에 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보도로 살해 협박까지 받았지만 파렌톨드는 여전히 이 사건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는 내 일을 했을 뿐"이라는 그는
파렌톨드와 별개로 지난해 10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한 기자도 이메일과 트위터로 '트럼프를 가만 놔두지 않으면'이라는 조건이 달린 살해 협박 메시지를 받았다.
[김하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