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으로 경제가 혼란을 겪고 있는 인도와 베네수엘라에서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인도와 베네수엘라는 공통적으로 기존 최고액권 화폐를 전면폐지하고 신권으로 대체하려는 화폐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베네수엘라는 초인플레이션 대응차원에서 각각 화폐개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도에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8일 500루피·1000루피 화폐를 폐지하고 새로운 500루피·2000루피 화폐로 교환해주는 개혁을 시작했다.
국내총생산의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를 확대하고 경제활동을 촉진시킨다는 목표로 시행된 화폐개혁으로 현재까지 총 260억루피(약 4550억원) 규모의 은닉수입을 적발했다고 재무부가 17일 발표했다.
다만 서민경제의 혼란은 큰 상황이다. 2000루피 화폐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탓에 발급된 신권의 액수가 구권의 30%에 불과하다. 현금사용 비중이 높은 인도 경제는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골드만삭스·도이체방크 등 각종 해외 금융기관은 이로 인해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가량 낮출 정도다.
그럼에도 현지언론 인쇼츠와 국제리서치 업체 입소스가 지난달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화폐개혁을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대도시·청년층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여서 한계가 있지만, 화폐개혁이 국가경제에 큰 혼란을 가져왔음에도 적잖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에비해 베네수엘라의 화폐개혁은 실행력과 명분 모두 미숙해 전국 각지에서 시위와 약탈이 벌어지고 있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화폐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와 약탈에 3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경찰은 시위대 32명을 체포했다. 설상가상으로 17일 정부가 “신권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화폐개혁 일정을 연기함에 따라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석유의존도가 높던 베네수엘라는 저유가사태가 닥치며 국가경제가 붕괴 직전상태에 이르렀다. 불안정한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화 대신 미국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결국 올해 물가상승률이 720%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으로 연결됐다. 혼란이 가중되자 베네수엘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기존 100볼리바르 지폐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고액권(2만·1만·5000·2000·1000·500 볼리바르)지폐 6종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권은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100볼리바르 지폐만 휴지조각으로 전락해 인플레이션 사태가 악화되고 말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적대국의 방해로 신권을 싣고 오던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지폐교환을 위해 중앙은행을 찾았던 이사벨 곤살레스는 로이터 통신에 “지폐는 어차피 별 가치가 없고 이를 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며 “나는 정부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