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정확대와 금융규제 완화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이에 따라 1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을 풀어 경기를 확장시키겠다는 트럼프 당선자가 다음달 취임 이후 공약을 실천할 경우, 과연 이와 엇박자를 내는 생각을 갖고 있는 옐런의 연준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백악관와 연준이 서로의 입장을 고집할 경우 미국 경제에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평가다.
옐런 의장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 결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와 내 전임자들은 실업률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때 재정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했었다”면서 “지금은 실업률이 4.6%로 낮고 노동시장도 견조하므로 굳이 재정정책이 필요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감세정책과 국방예산 확대를 통한 재정지출 그리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옐런 의장은 특히 내년 3차례 금리인상 전망에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정책 공약이 영향을 미쳤느나는 질문에 “내년 금리인상 전망에 영향을 미친 여러 요소 중 하나였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모든 연준위원이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재정확대 정책을 펼칠 경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다만 그 영향의 크기를 미리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옐런 의장의 이같은 진단에 대해 월스트리트와 워싱턴 정가에서는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옐런 의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옐런 의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금융규제 완화 계획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도드-프랭크법을 비롯한 금융 관련 주요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옐런 의장은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더 안전하고 강한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도드-프랭크법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존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금융회사의 비도덕적이고 방만한 리스크관리에서 비롯됐다는 기존 시각과 오랜 저금리 때문에 위기의 원인이 누적됐다고 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시각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경제부처 요직에 월가 출신 금융인을 대거 지명한 것도 이를 잘 반영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내정자 등이 월가 출신 금융인들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옐런 의장은 “그런 논의가 있었고, 연준 위원들은 향후 경제정책 변화와 영향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옐런 의장은 또 자신의 임기와 관련해 “4년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기간 중 옐런 의장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
연준 이사회 의장의 임기는 4년으로 옐런 의장은 2014년 2월에 취임했으므로 2018년 2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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