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돕기 위해 미국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결론지었다.
이는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선거결과 조작설’ ‘트럼프와 러시아 내통설’ 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실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분수령이 된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 해킹 사건에 러시아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연루된 정황을 CIA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7월말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선대본부장이었던 존 포데스타와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이메일 수천 건을 해킹해 폭로함으로써 민주당 전국위원장이 사임하고 힐러리 지지율이 타격을 입은 바 있다.
CIA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지시 또는 요청을 받은 사람들이 미국 민주당 이메일을 해킹해 그 내용을 위키리크스에 전달했고 위키리크스는 이를 적정한 시점에 폭로한 것으로 파악했다. CIA는 이같은 사실을 지난 주 미국 연방의회 상원 일부 의원들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러시아에 상당한 호감을 표시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여론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또 러시아가 힐러리의 이메일을 해킹할 것을 은근히 부추기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주요 정보기관에 대해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준 외국의 사이버 공격 내용을 상세히 조사해 내년 1월까지 보고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에릭 슐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에 결과를 받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임기 내내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CIA는 러시아 정부가 해커들에게 직접 미국 민주당 이메일 해킹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브로커를 고용해 간접적으로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민감한 첩보작전을 벌일 때는 발각시 자신들의 연루 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업무를 처리해왔다.
만일 최근 일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선 투표 재검표 결과가 뒤집히거나 선거결과 조작 흔적인 발견된다면 트럼프가 승리한 대선 결과를 놓고 심각한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는 그러나 성명을 통해 “CIA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파괴무기(WMD)를 갖고 있다고 거짓말했던 사람들”이라며 “선거는 이미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으며 지금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힐러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창립자도 ‘러시아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민주당 이메일 해킹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한 미국 정보기관들이 모종의 정치적 동기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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