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아이콘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정적(政敵)으로 맞섰던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선 수락연설에서 “모든 미국인들을 향해 화해와 협력의 손길을 내밀겠다”는 약속 이행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나 중국 러시아 이란 유럽연합(EU) 관련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키신저는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시절에 국무장관을 지낸 인사로 대선 기간 중 트럼프의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었다.
트럼프는 회동 후 성명을 통해 “키신저 전 장관을 존경한다”며 “키신저 박사의 조언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키신저의 만남은 특히 이날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앞두고 이뤄져 동아시아 전문가인 키신저에게 관련 조언을 받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트럼프는 오는 20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별도 회동하고 화해를 시도한다. 2012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롬니 전 주지사는 올해 초 ‘폭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트럼프 당선인의 세금회피 의혹을 제기했다. 또 트럼프를 ‘가짜’ ‘사기꾼’이라고 공개 비판하며 끝까지 트럼프 지지를 거부한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다.
트럼프는 이에 앞서 지난 15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회동했다.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으며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지지를 거부한 바 있다.
밋 롬니는 트럼프 정부 초대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크루즈는 법무장관 또는 대법관 후보로 물망에 올라 있다. 당초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존 볼턴 전 주 유엔 미국대사는 초대 국무장관 후보에서 다소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또 내달 초 자신을 지지해 준 주요 경합주를 돌며 당선사례를 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플로리다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등 주요 경합주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함으로써 당선의 발판이 됐다.
한편 당선 후 트럼프의 통합 행보에 힘입어 여론의 호감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대선 다음 날인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성인 10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호감도는 42%로 대선 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직후 68%의 호감도를 기록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59%,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58%였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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