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사전이 올해를 대표하는 단어로 사실 보다 감정 호소가 더 잘 통하는 사회 현상을 의미하는 ‘포스트 트루스(Post-truth·탈진실)’를 선정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것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 ‘포스트 트루스’라는 말이 작년보다 20배 많이 사용됐다면서 이를 올해의 ‘국제적 단어’로 선택했다.
옥스퍼드 사전은 ‘포스트 트루스’를 형용사로 분류하고 “감정에 대한 호소나 개인적 신념이 객관적 사실들보다 여론 형성에 더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뜻하거나 그와 관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옥스퍼드에 따르면 ‘포스트 트루스’는 1992년 세르비아 출신의 미국 희곡작가 스티브 테쉬흐가 잡지 ‘네이션’에 쓴 에세이에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그는 당시 이란 콘트라 스캔들과 걸프전과 관련해 “우리는, 자유인으로서, 포스트 트루스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것을 자유의사로 결정했다”고 썼다.
이란 콘트라 스캔들은 중앙아메리카를 핵심 지역으로 간주하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니카라과의 좌익정부를 붕괴시키기 위해 이 지역의 반혁명세력인 콘트라에 정보, 무기, 보급품 등을 제공했던 사건이다.
걸프전은 1990년 8월 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영국·프랑스 등 34개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이라크·쿠웨이트를 무대로 전개된 전쟁이다.
옥스포드 사전 측은 “‘포스트’는 단순히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난 이후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덜 중요해진 시기를 가리키는 의미로 최근 더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옥스포드 사전 측은 “이 말은 이미 인터넷판 옥스퍼드 사전에 표제어로 올랐고 향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올릴지 편집자들이 용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옥스퍼드 사전은 포스트 트루스의 예문으로 “이런 포스트 트루스 정치의 시대에는 데이터의 체리피킹(성과만 취하는 것)과 뭐든 원하는 결론에 도달하기가 쉽다”라는 문장을 넣었다.
올해 들어서 이 단어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나 미국 대통령선거 맥락에서 많이 사용됐다.
캐스퍼 그래스월 옥스퍼드 사전 대표는 “고도의 정치·사회적 담론이 지배한 올해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타당한 선택”이라며 “소셜미디어가 뉴스 원천으로 부상하고 기득권에서 나온 팩트를 향한 불신이 늘었음을 고려하면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단어 중 하나가 되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사전은 언어도 해가 바뀔 때마다 사용 빈도와 인기가 다르다고 보고 매년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의 그림 문자인 이모지(emoji)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바 있다.
포스트 트루스 이외에 올해의 단어 후보에는 ‘대안 우파’(alt-right)가 올랐다. 이 단어는 주류 정치를 거부하며 의도적으로 논쟁거리를 온라인 매체를 통해 퍼뜨리는 극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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