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유럽이 안보지형 측면에서 ‘넛 크래커(강자 사이에 낀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안보의 버팀목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부정적이고, 러시아는 중동과 지중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와중에 터키마저 ‘쿠르드계 제압’이라는 속내에서 유럽연합(EU) 가입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EU는 미국으로부터 동쪽, 러시아와 터키로부터의 서쪽으로 압박을 받고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분쟁지역인 중동문제에서 EU 국가들의 입김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시리아 인근 지중해 동부에 배치된 항공모함 아드미랄 쿠즈네초프에서 처음으로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공습작전을 개시했다. 이번 러시아 항모전단의 시리아 공습은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전화통화 후 불과 4시간여만에 전격 개시됐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나토는 미국과 함께 중동 등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 끈끈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파리와 브뤼셀 등 유럽 각지에서 무차별적 테러가 발생하고,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EU 국가들은 소극적 대처로 일관해왔다. 이에 미국은 그동안 군사적으로 등한시했던 러시아와 터키를 적극 끌어안았다.
이번 러시아 항모전단 전격 공습에 있어 나토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데는 나토 영향력 축소와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발칸반도를 병합할 때도 나토는 경제제재 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에너지·관광 등 경제적 효과로 나토 회원국이자 옛 소련 위성국이었던 불가리아 대선에서 친(親) 러시아 정권의 등장으로 EU 국가는 동유럽 안보벨트의 한 축이 위협받게 됐다.
여기에 1987년부터 EU 가입을 원했던 터키의 움직임은 나토를 더욱 위축하게 만들고 있다. 터키는 1952년 나토에 가입했지만 EU 회원국은 되지 못하고 있다. EU가 터키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기 때문. 러시아와의 유대관계 강화, 중동문제 개입 등으로 터키는 EU가입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올해 안에 EU가 결단하지 않을 경우 EU 가입을 무산하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중해와 중동과 맞닿아 있는 터키의 행보는 유럽에 테러와 국제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유럽 내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나토 주요 회원국인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로 나토 탈퇴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EU 외무·국방장관 회담에서 신속대응군 파견, 공동방위비 모금 등 ‘EU군대 창설’에 버금가는 독자적 방위방
[장원주 기자 / 임영신 기자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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