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증오 행위를 멈춰달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대선 이후 급증한 미국 내 증오범죄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그의 당선 이후 소수인종에 대한 증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는데 대해 “그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지만 그것은 소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끔찍한 일이니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 나라를 화합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이날까지 트럼프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는 미국 40여개 도시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선 다음날인 지난 9일부터 무려 닷새째다.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을 겨냥한 백인들의 증오 범죄도 급증하면서 미국 사회가 심각한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앞다퉈 ‘반 트럼프’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났으며, 시위 양상도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나섰다. 뉴욕에서는 전일 시위자 2500여 명이 트럼프의 거처이자 집무실인 트럼프타워 주변을 행진하기도 했다. 이들은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면서 “인종·성차별주의자 트럼프는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LA에서는 8000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트럼프를 닮은 인형을 땅바닥에 내리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카고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자 반대 성향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에릭 가세티 LA시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애국적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들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백인 우월주의와 연관된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 범죄도 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인권단체 ‘남부 빈민 법센터(SPLC)’는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지난 11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증오를 바탕에 둔 괴롭힘과 협박 관련 사건이 201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혐오 행위는 흑인에 대한 증오 행위가 50건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이민자 위협이 50건에 육박해 두 번째를 차지했다. 무슬림 위협과 성소수자 협박도 그 뒤를 이었다. 혐오 행위자의 대부분은 트럼프의 당선을 언급하며 흑인과 이민자들을 괴롭힌 것으로 나타났다.
SPLC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례를 열거했다. 12세 흑인 여학생에게 다가가 “이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니 너를 포함해 내가 발견하는 모든 흑인을 쏘겠다”고 말한 남학생의 이야기와 루이지애나 주에서 신호등 옆에 있던 흑인 여성에게 백인 남성 3명이 욕을 하고 트럼프를 외쳤다는 사례 등이다. 또 SPLC는 콜로라도 주의 한 학교에서 ‘다양성에게 죽음을’이라는 포스터가
SPLC는 “혐오 행위가 불과 3일 사이에 200건이 넘게 발생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 정도 규모 혐오 행위는 보통 수 개월에 걸쳐 발생한다. 이는 브렉시트 투표 가결 이후 영국에서 증오범죄가 증가한 경우와 유사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서정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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