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알라나는 자신의 얼굴이 역겹다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200여장의 ‘셀카’를 찍지만 모두 지워버린다. 알라나는 “제 피부는 울퉁불퉁하고 여드름 투성이에요. 코는 또 너무 크고 휘어있어요. 주변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는데 전 이런 모습만 보여요”라고 말했다. 14일 영국 BBC 방송은 BDD증후군 (Body Dysmorphic Disorder)를 앓고 있는 알레나의 사연을 소개했다. BDD증후군은 정상적인 용모를 가졌음에도 외모에 심각한 결점이 있다고 여기는 일종의 정신 질환이다.
알라나는 하루에 4시간씩 화장을 고친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거울을 보며 좌절하고, ‘결점’을 가리기 위해 화장을 덧칠한다. BDD증후군 환자들은 자신이 문제라고 여기는 ‘신체적 결점’에 과도하게 사로잡힌다. 화장이 만족스럽지 못한 날이면 집에서도 못나간다. 알라나는 “저는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를 5~6번은 발라야 불안증세가 조금 누그러져요. 못난 얼굴을 가리려면 화장을 계속 고쳐야해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외모를 저주하는 알라나지만 태어났을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알라나는 어렸을적 사진찍기를 좋아했다. 병이 찾아온 것은 14살 무렵이다. 알라나는 “어느 순간 주변을 의식하게 되고, 누가 저를 보고 비웃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거울을 못 보면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증상이 심해지자 15살에는 학교도 그만뒀다. 엄마가 매일 학교에 바래다 주었지만 자동차에서 도저히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알라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했다.
병원에서는 사춘기, 단순 불안 증세로 오진한 탓에 증세는 악화됐다. BBD 증후군 판정을 받고 치료에 들어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누가 얼굴을 찍으면 덜컥 화를 냈던 알라나지만 최근에는 잡지에 얼굴까지 공개했다. BDD증후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모델을 모색해온 한 잡지사의 요청에 용기를 낸 것이다.
알라나는 “BDD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이토록 힘든 까닭은 병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환자들은 외모를 너무 수치스러워하기 때문에 말도 잘 못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 두려웠는데 용기를 내고나니 다시 찍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사진촬영을 계기로 대학교를 다닐만큼 증세가 호전된 알라나는 BDD증후군으로 심리학 박사를
BBC방송은 50명중 1명꼴로 BDD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질환은 보통 사춘기 때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괴롭힘과 따돌림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드름이 갑자기 나는 등 갑작스러운 외모 변화도 BDD를 초래할 수 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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