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 인수 작업 '박차'…핵심 공약은 벌써 줄줄이 후퇴?
↑ 사진=MBN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그의 대선 핵심 공약이 벌써 줄줄이 후퇴하거나 수정될 조짐입니다.
특히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무슬림 입국 금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ACA) 폐지 등 트럼프 색깔이 분명했던 공약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듯한 모습입니다.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약속한 '중국산 제품 45% 관세 부과' 공약도 수정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역점사업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사실상 폐기됐고,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도 취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여 차기 정부의 '오바마 지우기'는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인과 핵심 측근들이 대선이 끝난 지 며칠도 안 돼 벌써 주요 공약에서 후퇴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조짐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바마케어 일부 존속, 파리협정 폐지 수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보험료가 많이 올랐다는 점을 들어 오바마케어를 '최악의 정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를 유지하면 10년간 5천150억 달러의 예산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폐기를 약속했습니다.
그도 지난 11일(현지시간) 오바마케어는 작동하지 않고, 너무 비싼 의료보호제도라며 취임 후 신속히 손질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정권 인수 협의차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다음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인터뷰에서입니다.
그러나 환자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보험회사가 보험적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부모가 가입한 보험으로 자녀가 수년 동안 추가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2개 조항은 존속시키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를 두고 오바마케어가 폐기되면 당장 2천500만 명이 의료보험을 잃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트럼프 당선인이 '부분 존치'로 방향을 튼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치적 중 하나인 파리협약은 백지화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마이런 에벨 기업경쟁력연구소(CEI) 소장이 트럼프 인수위에서 기후 변화 및 환경 정책을 맡기로 하면서입니다. 그는 새 정부에서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유력하다는 게 미 언론의 관측입니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에벨 소장은 기후변화 자체를 불신하고 화석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는 트럼프 당선인과 코드가 딱 맞아떨어집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내 석유 시추 등 화석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1일 AFP통신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파리협약 탈퇴를 추진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지만, 석유수출국기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마음을 돌리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멕시코 장벽 설치 "하긴 할 텐데, 당장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 불법 이민을 막고 마약 반입을 차단하겠다는 초강경 이민정책은 트럼프 당선인의 랜드마크 공약입니다. 그는 장벽 설치 비용은 멕시코 정부가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 입에서는 벌써 이와는 엇갈린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문역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멕시코 정부가 그 비용을 대도록 하는 데는 매우 많은 시간을 쏟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당연히 장벽을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장벽건설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물러섰습니다.
미국 시민이 아닌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은 대선판을 뜨겁게 달궜지만, 뒷순위로 밀려나는 듯한 모습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10일 연방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의회에 무슬림 입국금지를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을 경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강경한 이민 반대론자인 크리스 코박 캔자스 주 총무장관이 '트럼프 인수위'에 합류함에 따라 초강경 이민정책 기조는 유지된 채 새로운 밑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미 법무부 재직시절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의 미국 출입국 추적기록시스템을 도입했고, 애리조나 주와 앨라배마 주가 제정한 엄격한 이민법의 설계를 돕기도 했습니다.
코박 장관은 "멕시코 장벽을 세우는 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다만 얼마나 빨리 세울지, 어느 쪽이 설치비를 낼지 만이 문제로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공화당 '무관심'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은 향후 10년간 1조 달러(약 1천167조 원)를 인프라 재건에 투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지난 9일 대통령 당선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도시 내부를 뜯어고쳐야 하며, 고속도로와 교량, 터널, 공항, 학교, 병원을 새로 지어야 한다"며 "인프라 재건을 통해 수백만 명의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인수위는 이를 '취임 100일 과제'에 포함하고, 민·관 협력과 세금 우대를 통한 민간 투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향후 관련 법안을 심의할 상원 상업위원회 존 툰(공화) 위원장과 하원 교통위원회 빌 슈스터(공화당) 위원장은 '고무적'이라는 어정쩡한 답변만 내놓았을 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 계열 '헤리티지 행동'의 댄 홀러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공화당은 정부의 인프라 지출이 경제를 자극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 지출과 이를 위한 세제 개편 등에 공화당이 나서지 않으리라고 전망했습니다.
'작은 정부'와 감세를 주장하는 공화당은 2009년 출범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제출한 7천6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관련 법안 처리에 반대한 바 있습니다.
◇"중국 45% 폭탄 관세는 와전"
보호무역을 핵심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며 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취임 100일 구상'에 자문역을 맡았던 윌버 로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스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그가 한 말도, 그가 의도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그가 실제로 얘기한 것은 만약 중국 위안화가 45% 과대평가된 것으로 드러나고, 그들이 우리와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협상 수단으로 45% 만큼의 관세로 그들을 위협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에 '폭탄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일자리가 늘겠지만, 물가가 오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과제인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도 중국이 1조2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TPP 폐기, 한미FTA 재협상 방침
트럼프 당선인이 "재앙"이라고 지목한 TPP는 사실상 폐기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권 교체로 인해 퇴임 전 의회 비준을 밀어붙일 동력을 잃었고, 트럼프 인수위도 100일 우선 과제'에 TPP 폐기를 포함해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WSJ은 "미국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대통령 선거의 여파로 TPP 비준 절차를 더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백악관에 통보했고,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도 현재 더 진척시킬 방법이 없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역사상 최악의 협정'이라고 낙인 찍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일단 캐나다, 멕시코와 재협상을 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재협상이
트럼프 당선인의 "일자리 10만 개가 사라졌다"는 잘못된 발언으로 '일자리 킬러' 딱지가 붙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인수위는 재협상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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